(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N95 마스크를 쓴 채 경기 하라고 하는 것은 극도로 무책임한 처사다. 정치를 위해…여자 배구 대표팀의 지도자와 코치는 인간이 아닌가?" (2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글)
여자 배구 아시안컵에 출전한 중국 대표팀의 N95 마스크 착용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전했다.
중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5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란과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첫 세트를 24-26으로 패하자 대부분의 선수가 2세트부터 마스크를 벗었고, 내리 세 세트를 25-19, 25-10, 25-13으로 크게 이기면서 A조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러자 웨이보에서는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은 "마스크를 쓴 첫 세트에서 졌다. 산소 부족은 진짜 좋지 않은 듯하다"며 "두 번째 세트에서도 밀리고 있을 때 세 명의 선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작전시간 이후 모든 선수가 마스크를 벗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세 세트 연속 중국이 이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경기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폐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나스포츠가 당일 밤 '중국 여자 배구팀 전원 마스크 착용하고 경기'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기사를 올린 직후 10분 만에 4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그러나 그 밑에는 "보통 사람은 마스크를 쓴 채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어한다. 사람들을 질식시키고 싶은가?", "이건 당구가 아니라 배구다" 등 수백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감염병 예방이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가? 그러면 두 번째 세트에서는 왜 마스크를 벗었나? 갑자기 경기가 감염병 예방보다 중요해졌나?"라고 썼다.
지난 2년여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감염병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와 선택을 오갔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여러 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그중 중국 남자 대표팀은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엔트리조차 채우지 못해 프랑스전 몰수 패를 당했다. 이후 독일 남자 대표팀은 중국과의 경기를 거부해 거꾸로 몰수 패를 당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중국 배구협회가 선수들의 N95 마스크 착용에 대해 사과했다고 홍콩 공영방송 RTHK가 전했다.
중국 배구협회는 26일 아시안컵에서 일부 선수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필리핀 경기장에 입장할 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대회에서는 경기 도중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분명한 규정이 없었으며, 이에 첫 세트 이후 선수들이 마스크를 벗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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