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내 소련 붉은군대 기념비 철거 직후 단행
동유럽 국가 옛 소련 잔재 청산으로 갈등 증폭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벨라루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과 싸운 폴란드 저항군 병사의 묘지를 파괴해 양국 간 긴장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폴란드 외무부는 25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르콘티의 폴란드 저항군 묘지가 벨라루스 당국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폴란드 외무부 대변인은 "영웅에 대한 인간의 기억이 지워질 수 있다는 생각은 커다란 착각"이라고 지적하고 "1944년에 소련군과 싸우다 전사한 폴란드 저항군의 묘지를 파괴한 야만적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라루스 내 폴란드 저항군 묘지 파괴 소식은 폴란드 정부가 폴란드 서남부에 있는 소련 붉은군대 기념비를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벨라루스가 폴란드의 기념비 제거에 대해 논평하지 않은 터라 저항군 묘지 파괴와 연관성은 분명하지 않지만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맹방인 만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벨라루스는 7월 초부터 자국 내 폴란드군 전사자 묘지 두 곳을 파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와 벨라루스 간 관계가 악화한 이후 벨라루스 정부는 폴란드계 주민을 탄압하고 폴란드계 지역사회의 유지를 체포했다.
관측통들은 이제 서방의 일원인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가 옛 소련의 잔재를 청산하면서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진영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종식되면서 동유럽권에서 옛 소련과 공산주의 상징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작업이 더욱 활발해졌다.
폴란드는 자국 곳곳에 남은 옛 소련 기념물을 제거하고 있지만 붉은 군대 병사의 무덤은 그대로 남겨 놨다.
라트비아는 25일 옛 소련 시절에 건립된 대형 조형물을 철거했다. 에스토니아도 지난주 러시아 국경 도시 인근에 있는 옛 소련의 2차 세계대전 기념 조형물을 해체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원했다.
폴란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반대하는 야당을 지지하고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도 동참했다.
지난해 벨라루스가 중동 지역 난민을 데려와 폴란드 국경으로 몰아내는 '난민 공격'을 감행하면서 양국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국경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설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벨라루스가 참전한다면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서부에 투입돼 서방의 군사원조를 차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군사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 지원한 무기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수송로를 거쳐 주요 전선으로 공급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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