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1년4개월만에 계획안 인가…주식 병합·신주 발행 예정
노사 협력으로 회생절차 '순항'…전동화 전환은 과제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쌍용차[003620] 회생계획안이 법원 인가를 받으면서 이르면 오는 10월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서경환 법원장, 이동식 나상훈 부장판사)는 26일 관계인집회를 열어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에 따라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쌍용차가 성공적으로 회생한 뒤 전기차 전환 시대에 맞는 완성차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년4개월 만에 회생계획안 인가…올해 법정관리 졸업할까
쌍용차는 2021년 4월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지 1년4개월 만에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회생계획안 인가는 2009년 회생절차에 이어 두 번째다.
쌍용차는 지난해 10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올해 1월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가 계약금으로 지급한 305억원 이외에 잔금 2천743억원을 납입 기한인 3월 25일까지 지급하지 못하면서 계약은 해제됐다.
쌍용차는 이후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재매각을 진행했다. 이는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 절차를 따로 진행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쌍용차는 지난 5월 KG컨소시엄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회생계획안을 지난달 법원에 제출했다.
KG컨소시엄은 인수대금을 300억원 증액해 3천655억원으로 높였다. 이에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은 6.79%에서 13.97%로, 출자전환 주식 가치를 고려한 실질 변제율은 36.39%에서 41.2%로 상향됐다.
쌍용차 협력사들은 애초 낮은 변제율을 이유로 회생계획안에 반대했지만, KG컨소시엄의 인수대금 증액과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결국 찬성표를 던졌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이날 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
회생계획안 인가로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 종결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쌍용차는 인가된 회생계획안에 따라 주식 병합, 출자전환에 따른 신주 발행,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 발행을 진행한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보유 주식에 대해 액면가 5천원의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고, 출자 전환 대상 회생채권에 대해 채권액 5천원당 액면가 5천원의 신주를 발행한 후 신주를 포함한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보통주 3.16주를 1주로 재병합한다.
이어 인수대금으로 1주당 액면가 및 발행가액 5천원의 신주를 발행한다. 신주 유상증자를 통해 KG컨소시엄의 쌍용차 지분율은 약 61%가 된다.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와 자금 투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연내 회생절차 졸업도 가능할 것 보인다.
쌍용차는 올해 10월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할 예정이다.
◇ 경영 정상화 발판…전동화 전환 속도
쌍용차는 이번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정상 기업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토레스의 '돌풍'이 회생절차 졸업을 앞당기고 부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토레스는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계약 대수 6만대를 돌파했다.
쌍용차는 올해 연말까지 2만5천대 이상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생산체제를 2교대로 전환하고, 주말 특근까지 실시 중이다.
쌍용차는 경영 정상화와 함께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쌍용차는 내년 하반기 중형 SUV 전기차를 출시하고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R10' 프로젝트와 전기 픽업 모델을 2024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 신주 발행 등 인수 절차가 종료되지 않았지만, 재무 구조도 다소 개선됐다.
쌍용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591억원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이전인 2018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상반기 토레스 판매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뉴 렉스턴 스포츠&칸 등 개선 모델의 판매 호조와 수출 증대, 비용 절감 등으로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부채가 2조766억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이지만 유상증자와 주식 병합, 채권 변제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측된다.
KG그룹의 자금력, 토레스의 성공적인 출시뿐 아니라 노사 간 협력을 통해 쌍용차의 회생 절차가 '순항'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09년 기업회생절차 당시에는 노조가 총파업을 하면서 노사 갈등이 빚어졌고,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 KG그룹의 인수 과정에서는 노사가 회사 정상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쌍용차 노사와 KG컨소시엄은 지난달 고용 보장 및 장기적 투자 등의 내용이 담긴 3자 특별협약서를 체결했다.
M&A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피인수자와 인수자가 합의하고 협약서를 체결한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 M&A 시너지 기대…부채상환·운영자금 추가 투자 '부담'
KG그룹은 그룹 계열사와 쌍용차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G그룹이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사업 등 자동차와의 접목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쌍용차의 미래차 전환을 이끌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KG그룹이 쌍용차의 전동화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KG그룹의 전기차 관련 기술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강판 등 자동차 부품 생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G그룹이 인수하더라도 쌍용차가 당분간 흑자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흑자를 내려면 생산 물량을 20만대 가까이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이유로 쌍용차의 지난해 판매량은 8만4천대에 불과했다.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장 시설을 현대화하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KG그룹은 부채 상환을 위한 인수대금 이외에도 운영·연구비용으로 많게는 1조원가량을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R&D(연구·개발) 인력 보충과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 등도 이뤄져야 한다.
KG컨소시엄이 인수 이후 원가 절감에 급급한 사이 미래 사업에 투자할 자금과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 물량이 적으면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쌍용차가 외국계 자본에서 벗어나 국내 기업으로 되돌아온 만큼 향후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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