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국 전력 3% 차지…탄소 감축 '걸림돌'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의 최첨단 반도체 공정이 발전할수록 전력 소비량도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 TSMC의 경우 3년 뒤에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의 8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을 포함한 세계 반도체 산업이 각국 탄소 배출 감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진단했다.
세계 최첨단의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현대 기술의 기적'으로 불린다.
네덜란드 ASML사만 생산하는 이 장비는 버스만 한 크기에 10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대당 가격이 1억5천만달러(약 1천998억원) 이상에 달한다.
이처럼 장비가 복잡하고 거대해지면서 이 장비에 필요한 전력도 이전 세대 장비의 약 10배인 대당 약 1메가와트(㎿)에 이른다.
하지만 이같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기술 외에 초미세 공정을 위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은 잠재적으로 세계적 탄소 배출 감축 움직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기업인 대만 TSMC다. TSMC는 EUV 노광장비 80대 이상을 갖고 있으며, 최신 버전도 도입해 설치하는 중이다.
그 결과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TSMC의 비중은 2020년 6%에서 2025년에는 무려 12.5%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이는 TSMC가 곧 인구 2천100만명인 스리랑카 같은 한 국가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만에서는 TSMC의 전력 소비량 급증으로 에너지 부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대만 국립중앙대학의 량치위안 경영대 교수는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를 짓지 않는 한 대만은 반도체 산업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전력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여유 전력 수준을 보여주는 공급예비율이 올해 안에 대만 정부가 적절하다고 간주하는 수준인 10%를 밑도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린피스의 트레이시 청도 "TSMC가 대만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해 여타 산업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전력 부족 현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있는 한국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작년 삼성전자[005930]는 한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EUV 노광장비 보유량은 TSMC보다 적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직접 네덜란드 ASML 본사로 날아가 장비 도입을 위해 애쓸 정도여서 삼성전자의 전력 소비량도 크게 늘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대만과 한국 모두 화석연료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대만의 경우 당초 2025년까지 전력의 20%를 태양광·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작년 말 현재 6%에 그치면서 대만 정부는 목표치를 15%로 낮춰야 했다.
한국도 전력의 석탄·천연가스 의존도가 60% 이상인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작년 7.5%에 불과, 2030년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까지 갈 길이 멀다.
이런 면에서 미국 인텔은 TSMC·삼성전자보다는 사정이 나아 전력 소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작년 80%에 이르렀다. 하지만 인텔도 최첨단 공정 도입으로 전체적인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다.
이제 세계 주요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공급망 충격과 지정학적 교란에 대비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은 52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반도체법을 제정했으며, 유럽도 EU 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490억달러(약 65조원)를 투자하는 유럽 반도체법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 어디에서도 환경 관련 영향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리서치회사 아이멕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매우 빨리 성장한다"며 "아무것도 안 하면 반도체 산업의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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