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참석
"신흥국, 시나리오 기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체계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안내)를 제시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공식의결문에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고,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공식 의결문에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
이 총재는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 총재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양적완화와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켰지만, 한국 같은 신흥국의 경우 침체 우려에도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흥국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이상적 정책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총재에 따르면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미래의 정책 경로에 대한 정성적인, 또는 특정 시기나 임계치에 기반한 것이라면,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거시경제 전망치와 함께 중앙은행의 목표에 부합하는 내생적 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적용 조건·기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그 어려움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과도하게 단순화하면 시장이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기존 포워드가이던스를 고수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신뢰성이 훼손된다는 것도 단점이다.
이 총재는 복수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유연한 정책 대응에는 도움이 되지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기본·대안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고 커뮤니케이션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는 향후 경제가 기본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경우 상황에 대한 참고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문가들에게 유용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중앙은행의 경제전망 능력 부족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신흥국이나 소규모개방경제에서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이상적인 정책 수단이 되기 어렵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포기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흥국들은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