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축산 대표사례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
"규제 때문에 수익 못 내…소방·청소·조경수로 활용 가능"
(제주=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꿀꺽'. 유리컵에 받아 마신 물은 조금 미지근했다. 이 점 외에는 평소에 마시는 정수기의 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맛으로나 향으로나 그저 '맹물'이었다.
이 물이 돼지 분뇨를 정화 처리해 걸러낸 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웠다.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 공동자원화공장의 오용수 공장장은 "용해고형물질(TDS) 함량만 따지면 '○○○'(유명 생수 제품)보다 우리 정화수가 더 맑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취재진이 견학차 방문한 이 시설은 하루에 분뇨 약 318t을 반입해 퇴·액비(액상비료) 168t, 재이용수 148t으로 재생산한다.
막 여과(Membrane Filter)와 역삼투압 현상을 활용해 분뇨를 물리적으로 정화하는 게 이 공장의 특징이다. 응집제를 쓰지 않는 만큼 폐기물이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정화된 물은 미네랄 함량이 적어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청소·조경·소방 등에 쓰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공장은 친환경 축산시설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국에 가축분뇨 정화처리 역량을 갖춘 시설은 7곳이며 9곳이 추가로 세워지고 있다.
취재진은 액비화조 등의 시설을 둘러보면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코를 막지 않아도 됐다. 분뇨의 역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공장장은 "제대로 발효시킨 분뇨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우리 공장에 파리와 모기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축산시설은 보통 악취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혐오시설'로 인식되곤 하는데 우리가 이를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9년 사업장을 개설한 후 이 공장의 운영비는 연간 약 34억원이라고 한다. 농가로부터 분뇨 수거비를 t당 3만원 이상씩 받지만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을 내려면 정화수를 외부에 팔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환경 관련 규제 때문에 정화수의 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권진 제주양돈농협 조합장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투자했지만 환경법 때문에 정화수를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적자여도 양돈농가 조합원을 위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화수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농가의 분뇨 수거비도 줄일 수 있고, 정화수를 소방이나 공사 용수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견학을 마친 취재진은 정문 앞에 조성된 작은 연못으로 안내됐다. 정화수로 조성됐다는 연못에는 금붕어 떼가 활기차게 움직였다. '물 반, 금붕어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 공장장은 "일반 수돗물은 소독되기 때문에 금붕어가 살 수 없지만 우리 정화수는 별도 소독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며 금붕어 먹이를 한 움큼 집어 연못에 던졌다.
그는 "이 좋은 물을 지역사회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게 제도가 얼른 정비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희망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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