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등 원료인 싸라기 대상…강수량 감소·중국 가뭄으로 수요↑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밀, 설탕 등에 이어 쌀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쌀 수출 제한 조치를 논의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일반 식용쌀이 아니라 부스러진 쌀알(싸라기)에 대해서만 수출을 규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도의 쌀 수출량은 2천150만t에 달했다.
수출량 600만t대인 2위 베트남보다 3배 이상 많은 물량으로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했다.
인도 수출물량 중 360만t은 싸라기다.
싸라기는 동물 사료나 에탄올 제조 등에 사용된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다.
당국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100% 부스러진 쌀알의 수출에 대해 규제가 필요한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는 민간이나 정부 모두 쌀 재고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전반적인 쌀 수출 규제에 대한 고려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달 1일 기준 인도 식품공사의 쌀 재고는 4천100만t으로 정부 필요 물량인 1천350만t보다 훨씬 많다.
다만, 인도 정부가 싸라기 수출 제한을 고려하는 것은 글로벌 수요 증가로 최근 국내외 쌀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현재 몬순 우기 중이지만 웨스트벵골주, 비하르주, 우타르프라데시주 등 일부 주요 쌀 생산지에서는 강수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논 규모는 3천437만 헥타르로 작년보다 8.3% 줄었다. 올해 쌀 생산량도 어느 정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와중에 쌀 생산량 1위인 중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덮쳐 쌀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한 수출업자는 로이터통신에 "인도는 대개 5%나 25% 부스러진 쌀알을 수출했는데 최근에는 100% 부스러진 쌀알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쌀 수출 제한이 현실화하면 각국의 식량 위기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 지역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미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2008년에도 베트남과 함께 쌀 수출을 제한했고 당시에도 쌀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인도는 자국 식량 안보를 이유로 잇따라 곡물 등 식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정부가 직접 밀 수출을 통제하는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정부가 다른 나라 요청 등으로 허가한 경우만 수출하도록 한 것이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이기도 한 인도는 지난 5월 하순에는 설탕 수출량 제한도 발표했다.
인도 정부는 2021∼2022 마케팅연도의 설탕 수출량을 1천만t으로 제한했다.
지난 25일에는 밀가루 수출도 제한하고 나섰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의 '식량 보호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인도는 그간 주요 밀 수출국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해 1억900만t을 생산했지만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했고 700만t가량만 방글라데시 등 인근국에 주로 수출했다.
설탕 수출 제한에 대해서는 "애초 연 800만t으로 수출 한도를 정하려했지만 올해 생산량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보여 제한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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