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 끝장낼 핵융합 발전, 상용화 향해 '뚜벅뚜벅'

입력 2022-08-28 12:09  

'에너지 대란' 끝장낼 핵융합 발전, 상용화 향해 '뚜벅뚜벅'
美 MIT서 설립한 업체 "2030년 상용 발전소 건립 목표"
깨끗하고 값싼 '꿈의 에너지'…고비용·고난도 기술 '난제'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 목표까지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가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신음하고, 기후변화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개발을 향한 전 세계 민간·공공분야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설립한 벤처사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은 최근 자체 개발한 핵융합로 스파크(SPARC)를 통해 '순 에너지' 달성 가능성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순에너지는 투입한 에너지보다 얻어낸 에너지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업체는 이 성과를 앞세워 18억 달러(약 2조4천억원) 투자금을 조달했다.
자금은 매사추세츠 데번스의 SPARC 핵융합로 건설에 쓰일 예정이다. 이 핵융합로에서 실제로 '순 에너지' 가능성이 현실로 입증된다면 2030년대 초반에는 실제 핵융합 발전소를 세우겠다는 것이 이 업체의 목표다.
핵융합 발전은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한다.
발전에 쓰이는 핵융합은 거칠게는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소 1㎏가 핵융합 과정을 마치면 1㎏보다 몇g 부족한 헬륨이 생성된다. 그 질량 차이가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강력한 열을 방출한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가 바로 핵융합이다. 핵융합 에너지로 물을 끓여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문제는 핵융합을 유도하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당연히 보통 환경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지 않는다.
태양은 중력 때문에 중심부에 강력한 압력과 초고열이 유지된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수소를 1억도 이상 가열하거나 어마어마한 압력을 가해 원자핵을 일종의 무방비 상태(플라스마)로 만들어야만 핵융합이 시작될 가능성이 열린다.
더구나 이런 가혹한 환경을 수 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전 세계가 핵융합 기술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1950년대, 구소련 과학자들이 '토카막'이라는 장치로 수소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식을 고안했을 때부터다.
1970년대에는 유럽국가들이 유럽열핵융합통제장치(JET) 설계에 돌입했고 1980년대엔 미국과 당시 소련이 평화적 목적으로 핵융합에너지를 활용하기로 하고,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을 창설했다.
이런 기구들이 최근 1억도 이상 고열을 수 초씩 유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하고,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청정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는 등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돌파구가 절실한 현재의 상황에 비췄을 때 연구의 진척 속도는 빠르지 않다.
수소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핵융합으로 얻어낸 에너지보다 수소를 가열하는 데 투입한 에너지가 훨씬 많아 경제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핵융합 연쇄 반응이 일어날 때까지 1억도 이상 고온을 수 분씩 유지할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워낙 연구 진척 속도가 느린 탓에 핵융합 발전 상용화는 영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기후변화의 재앙이 현실로 닥쳐온 상황에 불가능한 꿈에 거액을 들이기보다 이미 검증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핵융합의 장점이 너무나 크다. 오염물질은 거의 배출하지 않는 데다, 주 연료 수소는 온 천지에 널려 있어 조달이 쉽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핵융합 발전소는 위험도도 거의 없는 편이다. 상용화만 된다면 인류의 에너지 걱정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데니스 화이트 MIT 플라스마 과학·퓨전센터장은 "현재 상황은 매우 흥분되는 지점이지만, 남은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조금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며 "핵융합 발전이 경제성을 얻기까지 충분히 빠르게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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