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잇속 따지다 '해양생태 보전' 글로벌조약 제정 또 불발

입력 2022-08-28 15:58   수정 2022-08-28 21:14

각국 잇속 따지다 '해양생태 보전' 글로벌조약 제정 또 불발
'인류미래 중대변수' 공해 64% 중 1%만 보호
15년간 헛바퀴…"협상만 하다 바다에 고통만 가중"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바다 생태를 지킬 유엔 해양조약 제정이 회원국 간 타협 실패로 다시 불발됐다고 AFP통신,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일부터 26일까지 이 조약 체결을 위한 제5차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회의가 열렸지만 각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BBNJ는 각국의 영해를 넘어선 해역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이용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를 담는 조약이다.
조약의 대상이 되는 공해(公海)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부터 대양으로 뻗어가는 국가 관할권이 없는 해역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각국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 밖에 있는 해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해는 지구 전체 바다의 64%를 차지하지만 고작 1.2%만 보호를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어족 남획, 자원 난개발 때문에 공해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불안해졌다.
BBNJ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는 이 같은 위기 속에 2030년까지 지구 해양의 30%를 관할하는 보호 해역을 지정하는 것이다.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해양 생물과 관련한 이익 분배, 보호 구역 설립, 공해상 해양 생물에 대한 인간활동 제한 등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내달 열리는 제77차 유엔 총회에서 조약 제정을 위한 특별 긴급회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다음 회의는 내년으로 미뤄진다.
환경운동가 다수는 15년 동안 반복된 이 같은 상황에 실망을 표출했다.
특히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부유한 국가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부국들이 해양 보호보다 해양 자원에서 나오는 미래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의 해양보호 활동가 로라 멜러는 "해양 보호 구역과 같은 사안에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미국과 같은 국가들은 기존 맹세와는 다르게 타협점을 찾는 데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멜러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이 주도하는 다자외교무대에서 독단적 행보를 강화한 러시아를 따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조약 제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유럽연합(EU)과 다양한 사안에 타협하는 것을 모두 거부해 협상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각국은 지난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2차 유엔 해양 콘퍼런스에서 해양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맹세한 바 있다.
멜러는 "시간이 다 됐다"며 "더 이상의 지연은 해양 파괴를 의미하며 국가가 협상을 계속하는 동안 해양과 해양에 의지하는 모든 존재가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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