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동맹이자 '앙숙' 두 나라, 지중해에 또 긴장감 조성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튀르키예(터키)가 오랜 앙숙인 그리스에서 운용하는 미사일이 자국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비판하며 양국 긴장수위가 다시 높아졌다고 블룸버그·AP·AFP통신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튀르키예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지난 23일 그리스 크레타섬에 배치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S-300이 국제 영공에서 비행하던 자국 F-16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군 소식통은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교전 규칙에 따르면 '적대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튀르키예 전투기는 예정된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기지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국방부 관계자는 튀르키예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리스 국영방송 에르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의 S-300 미사일 시스템은 튀르키예 F-16 전투기를 조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튀르키예는 같은 날인 23일 그리스 F-16 전투기가 나토 임무를 수행하던 자국 F-16 전투기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간 책임 공방이 일었다.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당시 지중해 동쪽 상공에서 그리스 조종사들이 자국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했고, 튀르키예는 필요한 대응을 해 상대국 항공기를 내쫓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리스는 애초에 튀르키예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국방부는 튀르키예 전투기 5대가 사전 통지 없이 그리스 통제 구역을 거쳐 미국 'B-52' 전폭기와 동행해 자국 전투기 4대를 쫓아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나토 동맹국이지만 에게해 섬의 비무장화나 지중해 천연가스 탐사 등 여러 문제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그리스는 15세기 말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했다가 19세기 초에야 독립을 이뤘다. 이후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을 벌이며 대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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