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최선 다할 것"… 美측에 우려 전달·해법 모색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제외된 것과 관련, 한국 정부가 미국 측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했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기획재정부 손웅기 통상현안대책반장, 외교부 이미연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표단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31일까지 워싱턴DC에 머물며 미국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와 의회 인사들을 만나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과 우려를 전달하고 보완 대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안 실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와 관련해서 우리 기업의 입장과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양국 간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서명한 IRA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천500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면서 그 대상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로 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2∼2023년형 북미 조립 전기차 모델 31개에 현대·기아차에서 생산한 차량은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내국민 대우는 외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자국 제품과 동등하게, 최혜국 대우는 다른 국가에 부여한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해야 한다는 국제 무역체제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정부는 이 같은 법 내용을 한국 기업에 불리하지 않도록 수정하거나 한국 기업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법이 발효된 상황에서 이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를 대표적인 입법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지난 12일 하원이 IRA를 가결하자마자 성명을 내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첨단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더 전진시킬 역사적인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들을 만난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당장 해결책은 없고 행정부는 의회를 통제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실장은 "여건은 어렵지만 저희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을 WTO 위반 등으로 제소하는 방안도 논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하고 우선 협의를 좀 해봐야 할 문제 같다"고 답했다.
정부가 너무 늦게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법이) 갑자기 발표된 측면이 있고 저희만 몰랐던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잘 몰랐던 얘기이고 오히려 저희가 제일 빨리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무단 방문에 이어 다음주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IRA와 관련한 한미 고위급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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