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드르 은퇴에 추종자 격분…"누가 누구에게 쏘는지 몰라"
"무력충돌 격화해 내전 또 일어날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폭력 시위가 무장 충돌로 번져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정계에서 최대 영향력을 가진 강경 시아파 성직자 겸 정치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최종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격분한 추종자들과 시아파 내 친이란 세력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다.
알자지라방송,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사드르는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최종 사퇴를 선언한다"며 모든 정계 활동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알사드르는 부패한 정부 개혁을 위한 요구에 다른 정치 지도자들이 응답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라크의 시아파 정파는 이란에 우호적이고 지원받기도 하지만 알사드르는 미국, 이란 등 외세의 개입을 강하게 반대하는 민족주의 노선이다.
알사드르 추종자들은 이 발표를 계기로 수도 바그다드 '그린존'에 진입해 정부청사를 점거했다.
점거 시위는 즉각 충돌로 확산했다. 알사드르와 경쟁 관계인 친이란 성향 시아파 무장단체 지지자들은 점거 시위대와 대치하다 유혈 투석전이 벌였다.
시위 진압을 위해 정부 보안군이 투입되면서 폭력 수위가 계속 높아졌다.
알사드르 측은 보안군에 맞서겠다며 반미 무장단체 '평화 여단'을 투입했다. 이에 맞서 친이란 성향 시아파도 무장단체를 내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심야에 곳곳에서 폭발음이 발생했다면서 "누가 누구를 향해총을 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방송은 경찰, 의료진 등의 말을 토대로 이날까지 사망자 수가 최소 2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알사드르는 자신의 사퇴 선언으로 폭력 사태가 격화하자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당국은 현지에 무기한 통행금지를 선포하고, 시위대를 향해 그린존을 즉각 떠나라고 촉구했다.
작년 10월 총선에서는 알사드르가 이끄는 정파 알사이룬이 최다 의석을 확보했지만 과반은 채우지 못했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에서는 의회가 총리를 선출하고 내각을 구성한다. 알사이룬은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를 제외한 이라크 정부 구성을 시도했으나 소수 정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알사드르는 6월 알사이룬 소속 의원을 모두 의원직에서 사퇴시켰다. 이런 상황에 흥분한 알사드르 추종자들이 7월 그린존에 쳐들어가 의사당을 점거한 상태였다. 이들이 알사드르의 정계은퇴 선언에 분노해 정부청사까지 점령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까지 내각 구성은 미뤄지고 있다. 알사드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임시총리는 국무회의를 연기하고 알사드르에게 폭력행위 중단을 위한 개입을 촉구했다.
이라크 현지에서는 이번 충돌이 또다른 내전으로 번지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을 당한 이후 종파와 정파, 종족, 대외노선으로 사분오열돼 내전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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