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감시 센서·호별 방문 검사…"당대회 조속 종료 기대"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일주일 동안 집밖에 한 발짝도 못 나갔어요. 가구마다 감시 센서가 부착돼 현관문을 열면 금방 알더라고요."
31일 아파트 단지 봉쇄가 해제돼 '자유의 몸'이 된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훈난구(區)에 사는 50대 중국인 천모 씨의 아파트는 지난 25일 밤 전격 봉쇄됐다.
단지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 1명이 확인됐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단지 내 38개 동(棟) 가운데 감염자가 나온 동의 거주자는 전부 버스에 실려 격리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는 아파트 단지 밖을 나가는 것이 차단됐다.
특히 감염자가 나온 동과 인접한 7개 동은 '감염자 밀접접촉 단지'로 분류돼 6일째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동마다 현관에 철제 가림막이 설치됐고, 가구마다 문을 여닫는 것이 감지되는 센서기도 부착됐다.
천씨는 "중앙 통제실에서 즉각 확인하기 때문에 문을 열기도 조심스러웠다"며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배달 물품을 받을 때 말고는 문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일 방역 요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검체를 채취하는 식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다. 봉쇄 아파트 단지 내에 검사소를 차려놓고 주민들을 불러 모아 검체를 채취했던 종전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천씨는 "감지기까지 달아 외출을 감시한 건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선양시 톄시구에 있는 훙모 씨의 아파트 단지는 6일째 봉쇄 상태다.
4차선 도로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게 봉쇄의 이유였다.
감염자가 나온 아파트 사방 6개 블록 내 모든 아파트가 같은 처지다.
아파트 단지 내 이동은 가능하지만, 외부로는 나갈 수 없다.
이 지역도 방역 요원들이 호별 방문해 PCR 검사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일부 주민이 매일 해야 하는 전수 검사를 기피한 데 따른 것이다.
훙 씨는 "감염자 발생 주변 아파트까지 봉쇄하고, 호별 방문 검사를 한 적은 없었다"며 "중요 행사를 앞두고 방역이 더욱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큰 행사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말한다.
훙씨는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주요 행사를 치르기 전에는 대대적인 치안 단속과 정풍 운동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들어 중국은 방역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다롄은 30일부터 도심 5개 구를 전면 봉쇄했고, 선양과 쓰촨성 청두는 29일부터 실내 밀집 시설들을 전면 폐쇄했다.
베이징 위성도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허베이성 줘저우시는 지난 23일 도시 전체가 봉쇄됐고, 허베이성 성도인 스좌장시는 지난 28일부터 감염자 발생지역 봉쇄, 대중교통 운행 중단, 상업시설 폐쇄 조처를 내렸다.
허베이성 청더시 가오신구는 29일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본인은 물론 3대 이내 방계 친족까지 입대와 공산당 입당, 공무원 시험 응시 불허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철회하고 사과했다.
허난성 몐츠현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주민 외출을 막고,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봉쇄 훈련'을 실시해 논란이 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은 30일 '당 대회의 10월 16일 개막'을 당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 전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당 대회가 끝나야 방역 등 사회 전반의 통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인들이 당 대회가 속히 마무리되기를 원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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