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특사경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공정위원장 후보자, 국회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제출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외국인을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을 가진 동일인 2·3세가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집단 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입법예고 중인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을 계획이었으나,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이 통상마찰 우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해 개정안에서 뺐다.
한 후보자는 "우선 관계부처 등과 함께 통상마찰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정부 내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방안과 추진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또 "국내 친족이 있는 외국인과 한국 진출 글로벌 기업의 순수 외국(법)인은 국내 경제력 집중이나 사익편취 우려에 차이가 있으므로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국계 외국인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쿠팡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 등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자는 대기업집단 제도를 폐지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기업집단 시책의 기본 틀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 폐지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업집단국이 수행하는 기능들은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며 "총수 일가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를 차단하고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된 원칙하에 추진하되,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불명확하고 과도한 규제들은 경제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전속고발권 폐지 및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거래 사건은 행위의 외형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하는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경쟁 제한성과 같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돼야 하므로 공정위의 전문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공정거래 사건에서의 과도한 형사 집행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고발기준을 마련해 엄정하게 전속고발제도를 운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또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고발요청이 지연 행사돼 기업의 법적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등 논란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의무고발요청제도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공정위 조사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피조사 기업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 조사 때도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의 법 집행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내달 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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