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국영 항공사 이타(ITA) 항공 매각을 추진 중인 이탈리아 재무부가 31일(현지시간) 미국 투자펀드 세르타레스·델타항공, 에어프랑스-KLM 그룹 컨소시엄에 독점 협상권을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독일 루프트한자 컨소시엄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MSC·루프트한자 컨소시엄은 이타 항공 지분 80% 이상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8억5천만 유로(1조 1천404억원)을 써냈다.
반면 세르타레스·델타항공, 에어프랑스-KLM 그룹 컨소시엄은 지분 56%에 6억 유로(약 8천50억원)를 인수가로 제시했다.
인수금액은 MSC·루프트한자 컨소시엄이 훨씬 더 많았지만, 이탈리아 재무부는 세르타레스·델타항공, 에어프랑스-KLM 그룹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세르타레스·델타항공, 에어프랑스-KLM 그룹 컨소시엄은 이탈리아 정부에 이타 항공 지분 최소 40%를 보장하고, 이타 항공 회장 선임권, 특정 '전략적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약속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세르타레스와 그 파트너들의 제안이 정부의 요구 조건에 더 부합했다"며 "협상 이후 정부가 세부 조건에 만족할 경우에만 구속력 있는 매각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프트한자 대변인은 "우리는 여전히 MSC와 함께 내놓은 우리의 제안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확신한다"며 이탈리아 정부가 이타 항공에 대한 국가 영향력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MSC는 논평을 거부했다.
이타 항공은 기존 이탈리아의 국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의 2021년 파산 이후 이탈리아 정부에서 새롭게 설립한 국영 항공사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구조조정 여파로 해고 및 급여 삭감의 피해를 본 승무원 50여 명이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속옷 시위를 벌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이타 항공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민영화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