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드론·무인수상정 띄워 실시간 추적…향후 무장 탑재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미국이 중동 국가들과 이란의 해상활동을 감시·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무인 함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이 구상하는 무인 함대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미 진영의 중동 국가와 함께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일대에 무인기(드론)와 무인수상정(USV)을 띄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무인수상정 등은 걸프 해역에 투입돼 작전을 수행 중이다.
최고 시속 90마일(약 145㎞)로 항행 가능한 쾌속정 형태의 무인정과 공중 드론 등 다양한 종류의 무인 자산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내년 여름께에는 각국에서 동원된 것을 포함해 100여 대 규모의 소형 무인 자산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무인 함대 모델을 전 세계 다른 지역의 군사작전에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WSJ은 전했다.
현재까지 배치된 무인 자산에 무장은 탑재되지 않았지만 향후 일부에 무장 탑재가 추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이와 관련 브래드 쿠퍼 미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 사령관은 무인체계 운용을 통해 "이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던 활동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걸프 해역을 항행하는 중국 해군 함정의 활동과 수상쩍은 해상 환적을 감지하면서 이미 효용성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미 해군의 이같은 전략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의 수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이 있는 걸프 해역에서 이란의 군사활동을 감시하고 제한하려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8월 미국은 이스라엘 해운사가 운용하는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오만 인근 공해상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승조원 2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이란군을 '국제 무역과 에너지 공급,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달 30일에도 미 해군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중동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군의 '세일드론 익스플로러'를 포획하려고 했으나 이를 저지했다고 발표했다. 세일드론은 요트처럼 생긴 형태의 무인수상정으로 한 번에 최대 6개월간 해상에 띄울 수 있다.
무인 함대 구축은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이 국교를 수립한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에 이은 미국, 이스라엘, 걸프 국가 간 협력 증대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이란의 미사일 전력에 대응해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를 묶어 역내 방공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주도의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무인 함대에 대한 실제 평가는 밀수품 선박 나포와 같은 실적에 달렸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군사 전문가 스테이시 페티존은 "감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란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런 대응 조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억제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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