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장례식에 일부 '국장 요소' 있을 것"…국장 여부엔 침묵
개혁 실패로 소련 해체 초래한 장본인이란 국내 평가 의식한 듯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별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연방(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에 일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9월 3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불행히도 (푸틴) 대통령은 업무 일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눈을 감은 병원을 사전에 찾아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고 부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은 오늘 칼리닌그라드로 떠났다. 하지만 떠나기 전 중앙임상병원에 들러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작별을 고하고 헌화하고 왔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관은 이달 3일 거행될 장례식 전까지 병원에 임시 안치된 상태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오랜 투병 끝에 8월 30일 91세 일기로 타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國葬)으로 치러질지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는 의장대를 비롯한 국장의 요소가 일부 포함될 것이고 국가가 장례식 준비를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장례를 돕는다는 것이 국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는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정확히 어떤 게 국장을 뜻하는지는 알아봐야 한다"며 "바로 이를 정확히 대답하긴 어려워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 조의 전문을 보냈지만, 이와 별개로 크렘린궁은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를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러시아 정부가 소련의 마지막 최고 지도자인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지와 관련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내 일각의 부정적 평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서방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냉전 종식을 이끌어내 자유 진영에서는 위대한 지도자란 평가를 받지만, 러시아 일각에선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을 밀어붙이다 실패해 소련 해체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거나 심지어는 '배신자'란 혹평이 나온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다루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 양상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방 언론은 그의 사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다른 뉴스보다 뒤에 배치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곁들이고 있다.
러시아 내 진보 진영에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정치인은 물론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가 2017년 러시아 성인 1천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응답자는 15%에 불과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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