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시골 마을, 제조업 도시로 혁신…"기아 덕분에 경제 활성화"
연간 34만대 생산…협력사까지 포함해 모두 1만4천개 일자리 창출
(웨스트포인트[미 조지아]=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떨어진 도시 웨스트포인트.
지난 30일(현지시간) 8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니 익숙한 명칭의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기아 대로(KIA Blvd)와 기아 파크웨이(KIA Pkwy). 조지아주의 유일한 자동차 공장인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 부지를 둘러싼 도로였다.
기아 공장과 조지아주는 16년 전 첫 인연을 맺었다. 2006년 기아가 북미 생산공장을 이곳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1800년대 조지아주는 미국 목화 산업의 중심지였고 기아 공장이 위치한 웨스트포인트도 목화 농장이 즐비한 마을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20세기에도 방직 등 섬유 산업으로 먹고살았다.
하지만, 1980년대 방직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이곳 경제는 추락했다. 상점과 식당이 줄줄이 폐업했고 실업률은 13%에 달했다.
이처럼 몰락한 조지아주 시골 마을에 경제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은 것은 한국 자동차 기업 기아였다.
기아는 조지아 공장에 18억 달러(2조4천억 원)를 투자했고 과거 목화밭이었던 웨스트포인트는 거대한 완성차 공장을 거느린 첨단 제조업 도시로 재탄생했다.
릭 더글러스 기아 공장 이사는 "기아의 상륙은 웨스트포인트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며 "인구가 새로 유입되면서 식당과 소매점, 호텔이 다시 돌아왔다"고 밝혔다.
기아 공장에서 20분 떨어진 행정 도시 라그랜지에서 만난 주민 딜런(56) 씨는 "기아 공장이 들어오기 전에는 동네가 허허벌판이었다"며 "10여 년 전과 비교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아 공장은 여의도면적의 약 3배인 2천200에이커(8.9㎢) 부지에 차체, 도장, 조립 공장과 주행 시험장을 갖췄다.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쏘렌토, K5 등 4종의 차량을 만들어 미국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공장의 누적 생산량은 380만대에 육박한다.
특히 기아가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는 고용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기아 공장의 직접 고용은 3천 명이고, 부품 공급업체 등 협력사들이 만들어 낸 일자리는 1만4천 개에 달한다.
기아와 부품업체가 제공하는 일자리가 늘면서 웨스트포인트 실업률은 2∼3%대로 떨어졌다.
기아가 2009년 첫 생산을 시작한 뒤 13년이 흐르면서 지역 주민들이 대(代)를 이어 이 공장에 취업하는 사례도 생겼다.
직업 훈련 시스템과 임금 등 근무 여건이 선순환 작용을 하면서 선망하는 직장이 됐기 때문이다.
부자(父子) 사이인 데이비드 브리랜드(50)와 알레한드로 브리랜드(21)는 4년 전부터 이 공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데이비드는 인터뷰에서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기로 하면서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해 기아 공장을 직장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알레한드로는 "아빠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퇴근길 도로에서 점점 더 많은 기아차를 보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자동차를 잘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머니와 함께 근무하는 맷 콜더(34)는 "가족과 내 친구들은 기아 브랜드를 굉장히 사랑한다"며 기아 공장이 지역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연간 34만대 자동차를 만드는 기아 공장은 전기차 전환의 시대를 맞아 조지아주에서 새로운 경제 시너지 효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아 공장을 중심으로 웨스트포인트에 K-자동차 제조업 벨트가 이미 형성됐고, 현대차는 이를 기반으로 서배너 인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글러스 이사는 "전기차는 우리가 개척해나가야 할 시장"이라며 "조지아 기아 공장은 현재 내연기관 차량만 제조하고 있지만, 시장이 요구할 경우 우리는 전기차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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