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물가 상승세 일단 주춤…정점 예상보다 빨리 오나

입력 2022-09-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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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물가 상승세 일단 주춤…정점 예상보다 빨리 오나
전월 대비 물가 2020년 11월 이후 첫 마이너스…7월 정점론 제기
산유국 동향·우크라 사태·환율 등 변수 산적해 살얼음판 지속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주춤하면서 물가 정점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작년 3·4분기 고물가의 역기저 효과와 유가 등 대외변수 약화가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점차 완화시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다만 현재로선 물가가 정점을 찍더라도 국민이 체감할 만큼 상승률이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것일 뿐 고물가의 고통은 이어진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작년 동월 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를 기록했다.
절대적으로 5.7%라는 물가 상승률은 경제주체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수준이지만 6개월 동안 진행된 물가 상승률 확대 행진을 끊어냈다는데 전문가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작년 동월 대비로 3.7% 오른 뒤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대비로 보면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더 잘 드러난다.
전월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근 2년만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0.5~0.7%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물가 상승률이 이처럼 둔화한 것은 그동안 고물가의 주범이었던 국제유가가 한풀 꺾인 덕분이다. 한때 배럴당 13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현재 90달러 안팎에서 시가를 형성하고 있다.
8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9.7% 올랐지만, 전월의 35.1%보다는 상승률이 크게 줄었다.
전년동월비가 아닌 전월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은 10.0% 하락해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은 조만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연상시키고 있다.
추 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초반에서 좀 횡보하다가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5%대를 볼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지난달 예고한 바 있다.
추석을 전후로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높았던 점이 역기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곡물가 급등세도 점차 안정을 찾지 않겠냐는 기대에 기반한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실장은 "7월(6.3%)에 정점을 찍은 것 같다"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폭이 커서 생각보다 물가가 더 빨리 안정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정점론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통계청 어운선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산유국 연합체의 원유 감산 얘기가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을 예단하기 어려우며 환율 변수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정점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다시 급등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김희재 물가정책과장은 "명절 성수기 수요 증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언제든 다시 상승률이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8월 물가에 대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보고 있다.
통계청 어 심의관은 전월 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 하락한 점을 들며 "이런 속도라면 연간으로 5%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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