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복구 못 끝냈거나 대피소 없는 곳은 온라인 수업
학생에겐 '비상가방' 안내…교사는 비상상황 대처법 훈련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학교가 전쟁통에도 1일(현지시간) 개학을 맞았지만,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풍경은 '행운'인 축에 속했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문을 연 학교는 전쟁 피해를 그나마 덜 받았거나 공격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었고, 미처 복구를 못 했거나 전쟁 대비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학교는 학생을 맞지 못했다.
일례로 3월 한 달가량 러시아군에 점령됐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보로디얀카에 있는 '2번 학교'에서는 신학기 첫날 조촐한 개학식이 열렸지만 이후 교사와 학생들은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러시아군이 다녀간 학교가 폐허가 돼버려 올해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교내 곳곳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고 칠판, 체육장비, 컴퓨터 등 교습 부품이 망가지거나 심지어 일부 교실은 화장실로 사용되기도 했다.
1학년만 대면으로 수업에 참여하는데 도시에서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학교로 가서 같이 수업을 듣는다.
교장은 학교가 내년 사용을 목표로 현재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검찰 발표에 따르면 교육기관 2천300곳이 공격을 받았고 이 중 286곳이 완전히 파괴됐다.
전쟁에 적합한 교실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개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발견돼 충격을 줬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도 '3번 학교'가 이날 문을 열지 못했다.
모든 학교는 대피소를 갖춰야 하지만 해당 학교 지하실은 러시아군의 고문실로 이용됐다는 증언에 따라 범죄 현장으로 분류돼 현재 출입이 금지됐다.
우크라이나 학교들은 이달 개학을 준비하면서 지하실에 대피소를 갖추거나 교사에게 공격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훈련하는 등 과정을 거쳤다.
수업 규모는 대피소에 수용 가능한 학생 수로 한정됐고, 대면 수업을 청하는 모든 학생은 비상시에 대비해 옷가지나 약품 등이 든 '비상 가방'을 챙기도록 안내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학교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러시아 침공을 받은 2월 24일 전에 머물러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학교 중 현장 수업을 재개한 곳은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전쟁을 겪으면서 지역별로 교육 수요 불균형이 발생하는 현상도 생겼다.
전쟁 피해가 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상당수가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르비우 같은 서부지역은 교육자원 부담이 커졌다.
비영리단체 '우크라이나 아이 액션 프로젝트'(UCAP)의 공동창립자 어윈 레드레네르 박사는 "르비우와 그 주변에서 아이와 그 가족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드레네르 박사는 우크라이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교육 혼란과 더불어 전쟁 트라우마를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국가 미래를 망칠 수 있는 두가지 떠오르는 문제가 있다"며 "하나는 장기적으로 교육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속적이고 관리되지 않는 심리적 트라우마"라고 지적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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