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현지언론…"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관련 러 입장 옹호한 듯"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독일 경제부의 고위 관리들이 러시아를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 혐의로 자국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독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폭로한 독일 주간 디차이트에 따르면 독일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헌법보호청'이 경제부에 근무하는 고위 관리 2명의 스파이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디차이트는 경제부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이 관리들이 독일의 에너지 도입에 긴밀히 관여했으며, 친러시아적 태도를 보이며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장관의 에너지 관련 정책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혐의를 받는 관리들의 이름과 직위를 알고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보호청에 의혹을 제기한 인사는 하베크 장관이 소속된 녹색당 당원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어쩌면 하베크 장관의 지시로 그렇게 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경제부와 연방헌법보호청은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다.
하베크 장관은 독일 정부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사업을 중단하기 오래전부터 가스관 건설 사업에 반대해 왔다.
러·독 양국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지난해 9월 완공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의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제재의 일환으로 가동 승인을 거부하면서 가스관이 폐기된 상태다.
디차이트는 스파이 혐의를 받는 관리들이 하베크 장관의 전임자인 피터 알트마이어 전 경제장관 밑에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프로젝트를 담당해오다가 지난 2월 가스관이 폐기된 데 저항하면서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문제의 관리들은 러시아에서 일정 기간 유학하고 러시아에 친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러시아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아니면 소신에 따라 행동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독일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올겨울 수요에 대비한 에너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터진 이번 사건은 하베크 장관에게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차이트는 "혐의가 확정되면 숄츠 정부에는 낭패가 될 것이고, 독일 정부 주요 부처에 1명 이상의 스파이를 심는 데 성공한 크렘린에는 대성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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