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일산병원, 745만명 11.5년 추적결과…"담배 끊고, 비만 예방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국인 췌장암 발병의 최고 위험요인으로 흡연, 비만, 당뇨병이 꼽혔다. 분석 대상자 수가 700만명을 훌쩍 넘는 대규모 분석에서 나온 결론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병규·서정훈 교수 연구팀은 2005∼2006년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744만5천947명을 대상으로 11.5년에 걸쳐 발병 위험 요인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4일 밝혔다.
췌장암은 국내에서 5년 생존율이 9%에 불과한 암으로, 전체 암 중에서는 사망률 5위에 해당한다. 발병해도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환자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데다, 발견 후에도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10∼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췌장암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을 규명하고, 예방에 힘쓰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췌장암 관련 연구가 대부분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유전적·사회적으로 특성이 다른 한국인 고유의 위험요인에 대한 대규모 연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추적 관찰 기간 전체 연구 참여자의 0.3%(2만2천543명)에서 췌장암이 발생했다.
췌장암은 체질량지수(BMI)상 비만이 심할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각각 분류된다.
연구팀은 BMI가 5㎏/㎡ 증가함에 따라 췌장암 발병 위험이 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BMI가 고도비만에 근접한 28㎏/㎡ 이상 그룹의 췌장암 발병 위험은 BMI가 정상인 그룹보다 16% 높았다.
당뇨병도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컸다. 이번 분석에서 당뇨병을 가진 사람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견줘 48%나 높았다.
흡연은 전체적으로 췌장암 위험을 43% 높이는 요인이었다. 이런 위험은 하루에 피우는 담배가 10개비 이하면 32%, 10∼20개비면 44%, 20개비 이상이면 54% 등으로 흡연량에 비례해 커지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이런 위험 요인을 여러 개 가진 경우에는 췌장암 발병 위험이 더욱 높았다.
당뇨병이 있으면서 흡연하는 경우 당뇨병이 없는 비흡연자에 견줘 위험도가 2.13배로 증가했다. 또 BMI 기준 비만에 해당하면서 흡연하는 사람은 정상체중이면서 비흡연자인 사람보다 상대위험도가 1.55배로 상승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음주는 주 5회 이상인 경우에만 췌장암 발병 위험이 8% 증가하는 유의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그동안 연구에서 개선 가능한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흡연, 비만, 음주, 당뇨병, 식습관 등이 거론됐지만, 대규모 한국인 집단 연구를 통해 개별적인 위험도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병규 교수는 "동양인에게서는 췌장암 발병에 비만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그 연관성이 드러났다"면서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담배를 끊고, 식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비만해지지 않도록 체중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 최근호에 발표됐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