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만 자위능력 유지에 필요"…中 "대응책 취할 것" 반발
미, 동맹국 무기수출 절차 간소화도 검토…"중·러 견제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된 가운데 미국이 대만에 대규모 첨단무기 판매에 나섰다.
대만은 이에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중국이 즉각 반발하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대치 전선이 한층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11억 달러(약 1조4천960억원)에 달하는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판매 목록에는 3억5천500만 달러(4천828억원) 상당의 AGM-84L 하푼 블록Ⅱ 지대함 미사일 60기, 8천560만 달러(1천164억원) 규모의 AIM-9X 블록Ⅱ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100기가 포함됐다.
6억5천540만 달러(8천913억원) 상당의 감시레이더 장비 관련 '계약자 군수지원(CLS)' 계약을 연장하는 건도 승인됐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로라 로젠버거 중국 담당 선임국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PRC)이 대만 주변에 공군과 해군 배치를 강화하고, 대만해협의 현상 변화를 시도하는 등 대만에 대한 압력을 강화함에 따라 우리는 대만에 자위능력 유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지속하며 대만을 압박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만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이번 장비 제공으로 해당 지역(대만해협)의 군사적 균형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정부 관계자들도 "대만에 대한 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대만이 군을 현대화하고 자위력을 유지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 판매는 통상적으로 진행돼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번 무기 수출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이는 '대만 독립' 분리주의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중미 관계는 물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무기 수출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 상황의 추이를 고려해 적법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만 국무부는 성명에서 "최근 중국의 도발적 행위로 심각한 위협이 초래됐다"며 "(미국산 무기로)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함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선 미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과 협력국에 대한 무기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타이거 팀'으로 불리는 태스크포스(TF) 팀을 지난달 구성해 가동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그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들 국가의 무기 재고가 줄어들었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의미에서도 우방에 미국산 무기를 더 적극적으로 판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더 신속하게, 더 정교한 군사장비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만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논리다.
과거에는 최첨단 무기 판매 검토에 수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일이 허다해 미국이 실제로 우방국 안보를 위해 군사장비를 건넬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문제가 있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일단 미 국방부는 각국에 군사장비 구매 요청서 초안 작성을 지원하는 등 방법으로 절차를 효율화, 무기 판매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또 현재까지는 1년에 한 차례만 진행되는 국방부의 무기 수출 계약 시기를 놓친 국가들은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이 역시 개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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