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경제위기 책임…"면책특권 없으니 재판 넘겨져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도피했다 두달만에 귀국한 고타바야 라자팍사(73) 전 스리랑카 대통령이 소송과 체포 위기에 직면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스리랑카 매체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이날 새벽 수도 콜롬보의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 운동가와 야권 정치인 등이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그에게는 이제 대통령 면책특권이 없는 만큼 재판에 넘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과거 국방부 차관 시절 내전 종식 과정에서 반인권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경제난과 관련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조지프 스탈린 교사노조위원장은 AFP통신에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2천200만 국민에게 고통을 줬기 때문에 즉시 체포돼야 한다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저명 언론인 라산타 위크레마퉁게의 2009년 암살과 관련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타린두 자야와르다나 젊은기자협회 대변인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귀국 결정을 환영한다"며 그가 저지른 범죄와 관련해 그를 처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12년 전 정치운동가 2명 실종 사건과 관련해 조만간 대법원으로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종 당시 그는 반군 용의자, 반체제 언론인 등을 납치하는 부대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에선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싱할라족 불교도 주축 정부와 힌두교도인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동안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된 내전 범죄와 인권침해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대통령 재임 중이던 지난 7월 반정부 시위대가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동과 관저로 몰려들자 군기지로 피신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
도피 중에 대통령직 사임계를 낸 그는 몰디브와 싱가포르를 거쳐 지난달부터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 머물며 귀국 시점을 저울질했다.
그는 지난 7월까지 형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 등 라자팍사 가문 친족과 함께 스리랑카 정국을 장악했었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화하고 정권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마힌다 전 총리는 5월 초 사임했고 내각에 포진했던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도 모두 물러났다.
라자팍사 가문은 2005∼2015년에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폈다. 당시에는 마힌다가 대통령을 맡았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이 고타바야였다.
스리랑카는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린 끝에 현재 국가 부도가 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달러(약 3조9천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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