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알래스카 영구동토 녹는중…멈추기엔 이미 늦어"

입력 2022-09-08 08:02   수정 2022-09-08 09:46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알래스카 영구동토 녹는중…멈추기엔 이미 늦어"
알래스카대 김용원 교수 "온실가스 배출 줄여 늦출 수 있느냐가 과제"
따뜻한 날씨에 벼락이 불씨 된 산불도 증가세

[※ 편집자 주 =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 특파원망을 가동해 세계 곳곳을 할퀴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후재앙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현장을 취재한 특파원 리포트를 연중기획으로 연재합니다.]

(앵커리지=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기후변화의 양상을 목격하고 체감할 수 있다.
전 세계 평균의 배 이상인 온난화 속도로 빙하와 해빙(海氷),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는 것은 물론 뜨겁고 건조한 날씨로 대규모 산불이 잦아졌고 최근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도 더 많이 내린다.
이러한 기후변화 현상은 알래스카를 넘어 북미 대륙,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 김용원 교수 "동토 녹으면 온실가스 더 나와…탄소배출 줄여야"
페어뱅크스 알래스카주립대 김용원 교수는 연합뉴스에 "육상에 2가지, 바다에 1가지 얼음이 있다. 바다에 있는 해빙, 지표면에 있는 빙하, 그리고 땅속에 있는 것이 동토"라며 "이 세 가지 얼음이 다 녹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대학 국제북극권센터에서 영구동토 융해에 따른 온실가스 방출을 연구하고 있다.
이 얼음의 현재 상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다른 지역보다 극지방의 온도가 더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어 이를 더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빙하와 해빙은 육안이나 위성사진을 통해 녹아 없어지는 정도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하지만 더 심각한 위협 요소는 바로 땅속 얼음층인 영구동토의 융해(thawing) 현상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땅을 깊이 파서 온도계를 심어야만 영구동토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데 지하 깊숙한 곳까지 열이 전달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그 변화를 바로 알기란 쉽지 않다.
김 교수의 연구소는 알래스카 송유관을 따라 땅속 20m 지점의 온도를 매년 추적 관찰하는 방법을 쓴다.
그는 "지하 20m 층에서 긴 송유관 라인을 따라 전반적으로 온도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구동토층의 온도 상승은 북극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가파르다. 알래스카 북부 데드호스는 1994년까지만 해도 지하 온도가 -8.5℃ 정도였으나, 2020년에는 -5℃로 상승했다.
영구동토가 26년 만에 3.5도 오른 것은 매우 급격한 속도다. 김 교수는 "온난화 영향이 땅 위에서부터 시작되니까 지하 20m 온도가 0.1도만 올라갔어도 지표 위에서는 훨씬 더 더워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영구동토의 융해는 알래스카 북부와 내륙 지방의 인프라 훼손이라는 직접적 피해로 연결된다. 단단한 땅속 얼음층이 녹으면 지반 침하로 그 위에 있는 건물이나 도로, 교량 등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 미 연방정부는 동토 융해에 따른 인프라 피해로 향후 20년간 최대 60억달러(8조4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어뱅크스 알래스카주립대도 캠퍼스 내에서 새 건물을 짓다가 싱크홀이 생겨 함몰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동토 융해로 툰드라 일대의 가문비나무가 넘어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는 '술 취한 나무'(drunken tree) 현상이 관찰되고, 땅이 꺼진 구덩이에 무스(말코손바닥사슴) 등 동물이 빠져 죽는 일도 발생한다.
온난화의 결과인 영구동토의 융해는 다시 온난화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빙하나 해빙이 녹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영구동토 안의 유기물이 녹으면 박테리아 활동으로 기체가 발생하는데 거기 있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산소가 있으면 이산화탄소가, 산소가 없으면 메탄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둘 다 온실가스"라고 말했다.
이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일이 김 교수의 연구 주제다.

특히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30배 강한 메탄의 방출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영구동토 융해로 생긴 열카르스트 호수에서 메탄이 끓는 거품처럼 올라오는데 여기에 불을 붙이면 펑하고 터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만 보더라도 어떤 지역은 가뭄, 어떤 지역은 홍수가 나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이라며 "기후변화의 영향은 알래스카를 넘어 지구 단위 규모여서 전 지구적으로 밸런스를 이루면서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러한 (기후변화) 현상은 멈출 수가 없다"며 "그걸 가속하느냐, 아니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늦추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 대형 산불 휩쓰는 알래스카…"올해만 서울 20배 탔다"
기후변화로 알래스카가 겪는 가장 큰 직접적 피해 중 하나는 갈수록 잦아지고 광범위해지는 산불이다.
알래스카의 산불을 연구해온 미 참여과학자연대(UCS) 서부기후팀 연구원인 칼리 필립스 박사는 연합뉴스에 "고위도 지역의 기온은 전 세계 다른 지역보다 최대 4배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라며 "1960년대 이후 북미 한대림에서 산불로 타버리는 영역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기온 탓에 쌓인 눈이 줄어들고 초목이 건조해지면 불이 나기 쉬운 조건이 된다"며 "알래스카 한대림의 주요 산불 원인은 벼락"이라고 설명했다.

온난화로 잦아진 벼락이 알래스카에서 큰 산불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8년 발표된 제4차 미국기후평가(NCA) 보고서 역시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를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1년에 산불로 총 200만 에이커(약 8천100㎢) 이상이 탔다고 집계했다. 서울의 약 13배 넓이다.
사상 최악의 산불이 겹쳤던 2018년 캘리포니아주의 전체 산불 피해 면적이 180만 에이커(약7천300㎢)라는 점을 고려하면 알래스카의 산불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불탄 면적을 기준으로 알래스카의 산불 피해 역대 '톱4' 중 세 차례가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필립스 박사는 "알래스카는 올해 초여름에도 집중적인 산불 피해를 겪었다"며 "7월 이후 산불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이미 300만 에이커(약 1만2천㎢·서울의 20배) 이상을 태운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산불로 발생하는 공기질 악화가 커다란 걱정거리"라며 "지역사회뿐 아니라 수백, 수천㎞ 밖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알래스카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숲 생태계가 변하는 것도 산불의 간접적 피해로 볼 수 있다.
산불과 온난화에 따른 지의류와 이끼 감소로 카리부(북아메리카 순록)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카리부를 사냥하는 육식 동물과 원주민도 피해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알래스카에서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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