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우주선, 이달 말 소행성 디모르포스 충돌…궤도 변화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백악기 말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지름 10㎞의 거대 소행성이 충돌, 당시 생태계의 지배자였던 공룡을 모두 멸종시키며 지구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6천600만 년이 지난 현재 인류는 과연 진보한 과학기술을 이용해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을 위해 쏘아 올린 우주선이 이달 중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DART 우주선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인류 사상 첫 실험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작년 11월 발사됐다.
목표물은 현재 지구에 근접하고 있는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를 11.9시간 주기로 돌고 있는 또 다른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27일께 DART 선체가 디모르포스에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무게 620㎏으로 소형차 정도 크기인 우주선이 초속 6.6㎞(시속 2만4천㎞)의 엄청난 속력으로 지름 약 160m 규모의 소행성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계획이다.
이때 10일 전 미리 본선에서 떨어져 나올 예정인 소형위성 '리시아큐브'(LICIACube)가 충돌 과정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이 위성에 달린 두 대의 카메라에는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에서 따온 '루크'와 '레아'라는 이름이 붙었다.
2년 뒤인 2024년에는 유럽우주국(ESA)이 현장 조사를 위해 우주선 '헤라'(Hera)를 발사할 예정이다. 헤라는 2026년께 디모르포스 주변에 도착해 궤도와 질량 변화 등을 조사하게 된다.
DART 팀의 일원인 앨런 피츠시몬스 벨파스트 퀸스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자연적 현상으로, 과거에도 일어난 적이 있고 미래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충돌을 막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지구근접물체정보센터의 제이 테이트 국장은 "디모르포스는 매우 주의 깊게 선정된 타깃"이라며 "더 큰 소행성 디디모스를 돌고 있기 때문에, 충돌로 인한 궤도 관측이 용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과 '딥임팩트'에 이어 지난해 개봉한 '돈룩업'도 소행성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스토리다.
일단 천문학계에서는 근미래에 이런 대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는 않는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피츠시몬스 교수는 "현재까지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거대 소행성들은 앞으로 수백 년간 지구 근처에 접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작은 소행성들이 많이 있고, 이것들도 지구에 충돌했을 경우 하나의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기에는 충분한 크기"라면서 "DART를 통해 이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3년 2월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작은 소행성이 낙하 중 폭발해 400킬로톤이 넘는 에너지를 내뿜었고 이로 인해 1천500명 이상이 부상한 사례가 있다.
린들리 존슨 NASA 지구방어 담당관은 "소행성이 지구로 향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도 이를 막아설 기술을 테스트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궤도굴절 기술을 발전시켜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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