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반도체산업서 협력해야 할 중요 시점…中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美, 삼성·SK하이닉스 미국내 생산 확대토록 충분한 유연성 제공해야"
"美 반도체 설계회사, 한국의 K-반도체 벨트 전략과 로드맵 매우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긴밀하고 신중하게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뉴퍼 회장은 지난달 31일 워싱턴DC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국 언론 워싱턴특파원단과의 공동인터뷰에서 한미 간 반도체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너무 많은 게 걸려 있어 잘못이 용인되지 않는다"며 양국이 일반적인 반도체 정책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제정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대해서는 "미국은 로직칩, 설계, 장비 경쟁력이 매우 강하고 한국은 메모리 분야 강자"라며 "양국 관계가 이미 매우 보완적이라 반도체지원법이 양국 협력을 더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뉴퍼 회장과 일문일답.
--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지원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뒀다.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한국 기업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미국 기업들은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가드레일은 미 의회가 기술 정책에 있어서 중국을 매우 불안하게 여긴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 이것은 현실이며 가드레일을 둔 이유다.
상무부와 다른 부처가 준비 중인 반도체지원법 시행 지침이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게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진출을 제한해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중요한 질문이다. 미국 기업의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약 35%인데 그 매출이 대규모 연구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 반도체산업은 매출의 약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중국 같은 주요 시장에 대한 접근이 많이 감소하면 연구개발에 투자할 자금도 감소하고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정책입안자들이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긴밀하고 신중하게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일반적인 반도체 정책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매우 현명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게 걸려있어 잘못 대응하는 게 용인되지 않는다.
--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분야를 육성하려고 하며 반도체지원법이 어떻게 도움이 되나.
▲ 1990년 미국은 세계 반도체의 약 37%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12%에 불과하다. 미국의 생산비용이 외국보다 25∼50% 비싸서 초래된 일이다.
그 이유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려고 앞다퉈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그러지 않았고 미국의 반도체 제조기반이 서서히 무너졌다. 최첨단 로직칩 대부분이 전부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점도 큰 취약점이다. 미국은 혁신 게임에서도 뒤처졌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대규모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취약점을 해소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반도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게 아니고 다시 균형을 맞추려고 할 뿐이다.
-- 반도체지원법이 어떻게 한미 반도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가.
▲ 미국은 로직칩, 설계, 장비 경쟁력이 매우 강하고 한국은 메모리 분야 강자다. 양국 관계가 이미 매우 보완적이라 반도체지원법이 양국 협력을 더 강화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 믿는다. 이미 몇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으며 첫 징후가 매우 매우 긍정적이다.
-- 반도체지원법이 동맹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프렌드쇼어링은 명확히 규정하기 힘든 개념이지만 반도체지원법이 유사 입장을 가진 국가들이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협력하도록 장려하리라 생각한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대만 기업도 미국에서 더 많이 생산·설계하기로 약속했다. 유사 입장국이 협력한다는 점에서 우리 공급망 강화의 장래는 밝다.
-- 가까운 미래에 미국 반도체설계 회사의 한국 투자를 기대할 수 있을까.
▲ 이미 미국 설계회사들이 한국에 판매사무소와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등 상당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작년 발표한 K-반도체벨트 전략과 7월에 공개한 국가반도체전략 로드맵을 매우 주목했다.
한국의 반도체전략도 미 반도체지원법처럼 모든 혁신적인 기업에 지원 혜택을 제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인센티브가 일정 수준 상호 호혜적이기를 바란다.
--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주요국 4개국이 참여하는 '칩4 회의'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 칩4는 매우 흥미롭다. 4개국 간에는 협력할 영역이 확실히 있다. 그중 하나는 당연히 공급망 회복력이다.
이미 양자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4개국 간에도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 또 하나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유무역이다.
4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이를 통해 2015년에 마지막으로 확대한 WTO 정보기술협정(ITA)을 다시 확대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여러 국가의 반도체산업 지원정책이 최대한 서로 중복되지 않고 가능한 한 시장원칙에 기반을 두기를 바란다. 반도체산업의 근간인 지식재산권(IP) 이행과 보호도 협력이 더 필요한 분야다.
인력개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인재가 부족하며 미국의 이민정책은 외국 인재가 미국에서 교육을 마친 뒤 잔류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아직 칩4에서 정확히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 매우 초기 단계이고 우리도 주시하고 있다.
-- 반도체 수요 전망은.
▲ 최근 PC나 가전제품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지만 자동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는 견조하다.
단기적으로 일부 분야는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는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인 수요 전망은 매우 낙관적(bullish)이다.
올해 수요 전망이 5천600억달러인데 2030년에는 1조달러를 전망하는 분석가들도 있다.
-- 모든 주요국이 자국 내 투자를 장려하는데 국가 간 보조금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나.
▲ 이미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보조금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만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이미 보조금으로 다양한 제조업을 유치한 다른 국가들이 저 멀리 앞서 나가고 있었고 우리의 제조업은 그냥 계속 무너져갔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제야 우리도 경쟁에 참여한 것이다. 다행히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다.
-- 국가들이 보조금 정책을 조율하는 게 가능한가.
▲ 그러기를 바란다. 얼마나 깊이 있게 조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최소한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 한국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은.
▲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반도체는 글로벌 산업이며 한국은 핵심 플레이어다. 우리는 양국 산업이 상업, 혁신적으로 번창하도록 매우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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