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스트레일리아 1·4면 보도 …"박 원장, 오징어 게임 배후의 가학적 독재자"
90년대 호주로 건너가 교회 세우고 스포츠시설 투자해…현재 가족들 소유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의 유력 언론이 한국의 형제복지원 사건을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 이 사건을 자행한 박인근 원장의 가족이 시드니에 약 140억원 규모의 골프연습장과 스포츠센터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은 5일 신문 1면과 4면에 '생존자들, 오징어게임 가족 추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최근 한국의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박 원장을 오징어게임 배후에 있는 가학적인 독재자에 비유한 뒤 죄 없는 시민들이 감금되고, 탈출을 시도한 이들은 공개적으로 야만적인 구타를 당했으며, 이 중 운이 없는 사람들은 사망했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가족은 시드니에 1천500만 호주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골프연습장과 종합 스포츠 시설 소유권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이 재산의 원천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에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박 원장은 1989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호주로 건너갔고 시드니에 자신의 교회를 세웠다. 또 1995년에는 시드니 서부에 190만 호주달러(약 18억원)를 들여 골프연습장과 스포츠 시설을 샀다.
현재 이 시설은 골프연습장을 포함해 체육관과 테니스장, 스쿼시 코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기는 8ha(헥타르·1㏊=1만㎡)에 이른다.
현재 박 원장의 막내딸과 그의 남편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매물로 나왔는데 당시 자료에는 매년 40만 호주달러(약 3억7천만원) 이상의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신문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생존자들이 박 원장의 가족을 상대로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이 부동산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시에서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
복지원 자체 기록에 따르면 12년간 513명이 사망했고 주검 일부는 암매장됐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신도 있다.
검찰은 1987년 박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으며 검찰은 진상조사 후 비상상고를 결정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당시 재판이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과 별개로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내렸다. 또 당시 사망자가 형제복지원의 주장보다 많은 657명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현재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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