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로프, 여전히 체첸 통치"…러시아군 지원해 우크라전 참전중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크렘린궁이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우리도 이 보도(카디로프의 사임 의사 표명 보도)를 봤다"면서 "하지만 아직 이 보도는 전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는 그가 체첸 공화국을 계속 통치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사직서 제출 등과 같은 구체적 절차가 없기 때문에 크렘린궁은 여전히 카디로프를 체첸 공화국 지도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카디로프 수장이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할 경우 크렘린궁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카디로프는 앞서 3일 텔레그램 채널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러시아 연방 구성 주체(공화국과 주정부 등) 수장들 가운데 가장 오래 통치한 지도자임을 깨달았다면서 자진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체첸 공화국을 통치한 지 벌써 15년이다. 캅카스인들과 체첸인들 사이엔 '아무리 오래 기다렸고 존경스러운 손님이라 하더라도 제때 떠나면 더 기분 좋은 법'이라는 속담이 있다"면서 "쫓겨나기 전에 (떠나야 할) 나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늙었다. 이에 대해(사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제때 떠나려 애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권좌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무기한의 장기 휴가를 받을 만큼 충분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나를 지지하고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
현재 45세인 람잔 카디로프는 지난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혼란에 휩싸인 이슬람 공화국 체첸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자치공화국 내에선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자주 일으켜 왔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바로 용맹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체첸 내 국가근위대(내무군)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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