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신임 당대표로 총리직 자동 승계…6일 여왕 알현 후 공식 취임
감세로 경기부양 공약…에너지 위기 대책부터 내놓을 듯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을 이끌 신임 총리로 예상대로 40대 여성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결정됐다.
영국 보수당은 5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47) 장관이 8만1천326표(57.4%)를 얻어 6만399표(42.6%)를 받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을 꺾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투표 자격을 가진 보수당원 17만2천437명 중 82.6%가 참여했다. 투표는 8월 초부터 9월 2일까지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보수당 대표로서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다수당이 대표를 교체하면 총리도 바뀐다.
그는 이제 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주요 7개국(G7)의 일원인 영국의 수장이 된다.
트러스 내정자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세번째 여성 총리이며,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 기록을 갖는다.
또,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직후 물러난 캐머런 총리를 포함해 불과 6년여 만에 네번째 총리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총리로 임명받고 정식 취임한다.
이로써 여왕 재위 70년간 거쳐간 총리는 15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공식적으로는 5일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여왕에게 사임을 보고하고 물러난다.
이들은 안전 문제로 공군기를 따로 타고 스코틀랜드로 향한다.
보수당은 지난 7월 7일 존슨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이래 하원 경선과 전체 당원 투표를 통해 차기 당 대표 및 총리를 뽑았다.
트러스 내정자는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원내 경선은 겨우 통과했지만 이후 약 6주간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동안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선 1위를 달렸다.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을 내세우며 보수당의 가치를 강조하고 존슨 총리에게 충성심을 유지한 점이 당원들의 마음을 샀다.
감세를 하면서 가계 에너지 위기 지원을 하려면 나랏빚이 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나 감세가 고소득층에게 더 큰 혜택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반면 첫 인도계 총리에 도전했던 수낵 전 장관은 재임 중 균형재정을 위한 증세를 추진하고 선거운동 중에도 물가 대응에 힘을 줘서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사표를 던지며 '존슨호' 붕괴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배신자 틀에 갇힌 것이 뼈아팠다.
트러스 내정자는 2010년 하원에 입성해서 3명의 총리 치하에서 내각을 두루 경험했다.
3년 전 존슨 총리 내각 출범 때 국제통상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작년 9월 가장 중요한 각료직으로 평가되는 외무부 장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
브렉시트 투표 때는 유럽 잔류를 지지했으나 외무장관 시절에는 브렉시트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파기한다는 카드까지 꺼내며 EU와 극렬 대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향해 제재를 주도했으며 중국에도 초강경 입장이다. 그는 총리 취임 후 첫 통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하고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브렉시트 관련 지지를 끌어낼 계획이다.
보수당의 상징인 대처 전 총리를 어려서부터 추앙했으며 그의 복장과 포즈까지 따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러스 내정자는 당선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 경제 사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렵고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와 1대 1을 향해 떨어지고 있으며 사회는 1970년대 후반 '불만의 겨울'과 비슷한 분위기다.
두자릿수 물가 상승률, 경기침체 전망, 그에 따른 공공부문 연쇄파업 등의 총체적 난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
특히 다음 달 가계 에너지 요금 80% 상승을 앞두고 당장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 당선 일성에서부터 에너지 위기에 관해 대응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계 에너지요금 동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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