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우즈벡 방문"…푸틴과 결속 다진 뒤 11월 바이든과 대면 가능성
(서울 홍콩 베이징=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윤고은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랜 '칩거'를 끝내고 이달 중순 중앙아시아를 방문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시 주석은 2년 8개월 만에 외국 방문을 재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돼 9월 중·러 정상회담-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1월 동남아 다자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 등 하반기 숨 가쁜 국내외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이벡 스마디야로프 카자흐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이달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다고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밝혔다.
로이터 통신이 전한 스마디야로프 대변인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문 기간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의 협정을 여러 건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의 북동쪽 국경에 인접한 카자흐스탄은 광물, 금속, 에너지 등을 수출하며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카자흐스탄 측의 발표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 주석이 보도대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2년 8개월 만의 외국 방문이 된다.
시 주석은 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15∼1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으며, 현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망했다.
SCO는 지난 3일 공식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이 정상회의 참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게 되면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이후 처음이자, 2월 하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시 주석의 69세 생일인 지난 6월 15일 전화 통화를 통해 공조를 재확인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세계 양대 인구 대국(중국과 인도)이 참여하고, 핵보유국도 4개국(중·러·인도·파키스탄)이다. 아프가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몽골은 옵저버국이다.
앞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이 대면 참석할 경우 러시아 외에 파키스탄, 인도 등 다른 참가국 정상들과도 양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시 주석의 SCO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서방과의 긴장이 크게 고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방문 계획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설명했다.
이번 회의 참석을 통해 미국의 동맹이 아닌 나라들과 더 긴밀한 안보 협력을 구축해 서방의 압박에 맞서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사마르칸트에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면 오는 11월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밀해진 중·러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할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측이 밝힌 바 있어 역시 발리에 오기로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즉, 시 주석은 이달 중순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서방의 압박에 맞설 공동전선을 다진 뒤 10월 16일 개막하는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짓고, 11월 동남아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집권 3기 대외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복안일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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