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권리 내게 없다…27년 최장수 기록 도전"
우크라 침공 조연…15년 철권 통치한 인권 탄압자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정부 수장이 앞서 표시했던 사임 의사를 번복하고 '최장수' 지역 정부 수장 기록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에서 "그냥 물러날 권리가 내게는 없다. (지역)주민들은 내게 수장직을 맡겼고 이 같은 신뢰에 보답하는 것은 나의 신성한 의무다. 무기한 휴가에 관한 얘기는 미래의 일로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5년간 체첸 공화국 수장으로 재임해온 것과 관련해서도 "나는 '장수 지도자' 지도자가 아니었다. 확인해 보니 이전 기록은 27년이었다. 이제 이 기록을 깨기로 했다. 아마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면서 장기 재임 의지를 드러냈다.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 주지사 예브게니 사브첸코가 1993~2020년 동안 27년을 재직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연방국가 형태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는 연방을 구성하는 공화국, 주(州), 특별시 등 85개 주체(지역 정부)의 수장 대부분을 해당 지역 주민들의 선거로 선출한다.
카디로프는 앞서 3일 텔레그램 채널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러시아 연방 구성 주체 수장들 가운데 가장 오래 통치한 지도자임을 깨달았다면서 자진 사퇴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체첸 공화국을 통치한 지 벌써 15년이다. 캅카스인들과 체첸인들 사이엔 '아무리 오래 기다렸고 존경스러운 손님이라 하더라도 제때 떠나면 더 기분 좋은 법'이라는 속담이 있다"면서 "쫓겨나기 전에 (떠나야 할) 나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또 "(권좌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무기한의 장기 휴가를 받을 만큼 충분히 일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이전 발언을 완전히 뒤집었다.
현재 45세인 람잔 카디로프는 지난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혼란에 휩싸인 이슬람 공화국 체첸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공화국 내에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켜 왔다.
그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바로 잔인하기로 소문난 체첸 내 국가근위대(내무군)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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