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두고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정부는 공식 법률 정보 포털에 게시한 결의안에서 일본 정부와 체결한 쿠릴 열도 방문 간소화 협정 2건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쿠릴 열도와 일본 간 여행 비자제한 철폐에 합의한 협정으로, 협정은 일본 국민과 쿠릴 열도에 거주하는 소련인들에게 적용됐다.
다른 하나는 쿠나시르 등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에 거주했던 일본 주민이나 그 가족들이 이곳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합의한 협정이다.
앞서 지난 3월 러시아 외무부는 서방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일본에 대응해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에 대한 비자 면제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불법적인 제재 압력을 가하고 서방의 러시아 혐오 정책에 동참한 데 따른 대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협정 철회 방침을 일본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러시아군이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의 하나로 실시한 쿠릴 열도 방어 훈련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3일 러시아 동부 군관구 소속 기관총 및 포병부대 장병들은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등 쿠릴 열도 남단 2개 섬에 상륙하는 가상의 적을 저지하기 위한 훈련을 펼쳤다.
당시 러시아군은 152㎜ 곡사포 등을 동원해 적군의 상륙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 일제 사격을 가하는 등 임무를 수행했다.
이에 대해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우리측 항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쿠릴 열도 남단에서 계속 훈련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며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이러한 훈련을 완전히 취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러시아와 일본은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 주변 해역 어업 문제를 두고도 마찰을 빚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일본 측이 1998년에 체결한 해양생물자원 조업 분야 협력에 관한 정부 간 협정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해당 협정 이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동참한 일본에 보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을 내놨다.
쿠릴 열도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반도 사이에 펼쳐진 1천300㎞에 달하는 섬들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 가운데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 남쪽에 있는 4개 섬을 북방영토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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