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A 총재 "추가 금리 인상 예상"…금융시장은 연내 3.85% 전망
집값 하락·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0.5%포인트 올리며 4개월 연속 '빅스텝'을 단행했다.
RBA는 6일 통화정책 회의 후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85%에서 2.35%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이후 약 11년 6개월 만인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1%에서 0.35%로 올린 뒤 5개월 연속 금리 인상이자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0.5%포인트씩 올린 것이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성명을 통해 "물가 안정은 강한 경제와 지속적인 완전 고용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이사회는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리 정해진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RBA가 앞으로도 통화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1% 상승했다. 이는 호주가 상품서비스세(GST)를 도입하면서 물가가 급등했던 2001년 이후 최고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호주의 물가상승률이 7%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RBA도 연내 빅 스텝 행보를 이어가 기준금리가 3.8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르셀 티엘리언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물가상승률 수치가 예상보다 둔화하면 RBA도 긴축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 해도 기준금리를 연내 3.6%까지는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주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것도 RBA의 추가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요소다.
전 세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호주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크게 올라 수출 호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호주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1.0% 내외를 기록하고 연간 성장률로도 3%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점은 경기에 위험 요소다.
지난 8월 호주의 주요 부동산 지표 중 하나인 코어로직 주택가격지수는 전 달 대비 1.6% 하락, 1983년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역(逆)부의 효과'를 가져와 소비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호주에서는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의 시장분석업체 로이모건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0을 기록 여전히 100 아래 머물러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아래면 소비자들이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과거 평균 경기상황보다 좋지 않다고 느낀다는 의미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