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획기적 해법' 찬사 vs 요리사 "실험이나 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유럽에 에너지 공급부족이 심해지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요리법을 제안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수상자 조르조 파리시(74) 로마 라사피엔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끓는 물에 파스타 면을 넣고 끓을 때까지 다시 가열한 뒤 냄비 뚜껑을 덮고서 가스 불을 끄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파스타 면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가스 불로 면수를 끓이지 말고 컵라면 식으로 뜨거운 물에 익히면 된다는 것이다.
파리시 교수는 "이 방법으로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도 기존과 똑같이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며 "물이 증발하면 열이 많이 손실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냄비 뚜껑을 계속 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요리법에 찬반 논란이 가열됐다.
이탈리아 파스타 생산자 조합 '우니오네 이탈리아나 포드'는 파스타를 주식으로 삼는 이탈리아에서 실제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호평했다.
이 단체는 매년 파스타 23.5㎏을 먹는 이탈리아인이 파리시가 제안한 것과 비슷하게 요리하면 에너지를 47%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전체가 1년 동안 이 요리법을 따르면 24년 동안 유럽의 모든 축구 경기장 조명을 밝힐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탈리아 코모의 인수브리아 대학의 다리오 브레사니니 화학과 교수는 "파스타를 삶는 때 핵심 과정은 전분과 응고된 글루텐이 수분을 흡수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은 80도 정도에서 충분히 일어나기 때문에 물을 끓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닫아놓기만 하면 15분간 85도를 유지할 수 있다"며 "13%의 글루텐이 함유된 좋은 파스타 면을 쓴다면 서로 달라붙지도 않는다"고 거들었다.
전문 요리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요리사 안토넬로 콜로나는 "(파스타 면을 삶다가) 불을 꺼버리면 면이 끈적끈적한 섬유처럼 된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요리사 안토넬로 콜로나는 "파리시가 주방에서는 천재가 아닌 것 같다"며 "최고급 식당에서는 그런 해법을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리사 루이지 포마타도 "그렇게 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물리학자는 연구실에서 실험이나 하고 요리는 요리사가 하도록 내버려두라"고 꼬집었다.
이탈리아는 최근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일반적인 가정의 가스 요금이 1천700유로(약 226만 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20년 10월에서 2021년 9월까지와 비교해 70% 이상 상승한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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