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휘발유 값에 민감…30년 독재 수하르토 정권 무너지기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휘발유 가격을 올리자 대중교통 요금 역시 줄줄이 오르는 등 연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민층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노동자와 대학생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후유증이 잇따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시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합차 버스 앙콧의 요금을 학생은 1천 루피아(약 92원), 일반 승객은 1천500 루피아(약 138원)씩 인상했다.
보고르시 관계자는 "연료 가격이 올라 그에 맞춰 앙콧 요금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수도 자카르타 역시 조만간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될 예정이다. 자카르타 교통국은 관계 기관들과 이번 주 중 도시교통 요금 인상을 논의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토바이 택시 요금 역시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당초 지난달 14일 오토바이 택시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이번 주 중 요금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3일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30% 넘게 인상했다. 고유가에도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휘발유 가격을 통제했지만, 재정 부담이 커지자 결국 가격을 올린 것이다.
연료 가격 인상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초긴장 상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료 가격 인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구조조정계획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연료 가격을 70% 올리자 대규모 민란이 일어났고 30년 철권통치를 이어오던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2003년에도 정부가 연료 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결국 2주 만에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 영향으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은 이듬해 대선에서 패하며 연임에 실패했다.
조코 위도도 정부에서도 2018년 10월 휘발유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대규모 반발이 예상되자 몇 시간 만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실제로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몇 주 전부터 노조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또 이날은 국회 앞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수천 명의 대학생과 노동자, 농민 등이 운집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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