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곧장 반발 "주권 수호할 준비 돼 있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튀르키예(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를 둘러싸고 오랜 앙숙인 양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단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지난 4일 발언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리스의 에게해 도서 지역 무장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때가 되면 우리는 필요한 것을 할 것이다. 우리가 말했듯 어느 날 밤 갑자기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사흘 일정으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발칸 3개국 순방을 떠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첫 도착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그리스를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그리스는 에게해 섬들을 점령하고, 이 섬들에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며 "우리를 상대로 불법적인 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느 날 밤 갑자기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다시 꺼내며 그리스에 대한 무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곧바로 반발했다.
니코스 덴디아스 외교부 장관은 튀르키예 당국자들이 연일 그리스에 대해 "터무니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공격과 정복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서너 번 다시 고려해볼 것을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덴디아스 외교부 장관은 이어 "우리는 조국과 독립, 영토 보전을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승전국이 된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에 의해 에게해의 여러 섬을 얻었다. 당시 튀르키예 본토 앞바다에 있는 섬 대부분이 그리스 영토가 됐다.
이후 양국은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 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등 여러 문제에서 마찰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그리스가 비무장 지역으로 정해진 섬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튀르키예가 주장하며 역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연장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내년 6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내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그리스에 대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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