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6.9% 치솟아…종가 기준 2달새 최고치
유가·천연가스 가격은 하락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국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밀 가격이 상승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12월물 밀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6.9%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 3.3% 오른 부셸당 8.442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밀 가격 움직임은 옥수수 12월물이 0.74%, 대두 11월물이 1.61% 하락 마감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종가 기준 7월 11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제7차 동방경제포럼' 본회의 연설에서 흑해를 통해 운송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입할 수 있는 국가를 제한하기 위해 튀르키예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밀 수급 불안감이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앞서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경로인 흑해가 봉쇄돼 세계적인 식량난 우려가 커졌고, 밀 선물 가격은 5월 중순 12.7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러시아는 7월 흑해 인근 해협을 관할하는 튀르키예 등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흑해를 통한 식량 수출 재개에 합의했고, 지난달 수출이 재개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흑해에서 수출되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대부분이 도움이 절실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니라 유럽연합(EU) 국가로 보내지고 있다"며 "러시아와 개발도상국들이 속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흑해 수출 재개 후에도 시장이 정치인들의 관련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곡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수출량 유지가 중요하다고 관측했다.
러시아는 올해 밀 작황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해운회사 등이 러시아 관련 사업을 꺼리면서 7∼8월 러시아산 밀 선적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들자 자국 밀 수출을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알런 수더먼 스톤엑스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은 수확량이 많은 자국 밀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곡물 수출로 이득을 얻는 것을 지켜보는 데 흥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익명의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세계를 갈라치려는 것이라면서, 전쟁이 러시아의 뜻대로 끝나게 종전을 압박하도록 빈곤 국가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편 국제 유가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에 에너지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일시 상승했다가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급락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 배럴당 86.88달러로 장을 마쳤던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장중 83.1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즈음해 84.21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다만 이후 유가는 다시 하락 반전, 5.69% 떨어진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천연가스 가격도 급락,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주요 지표인 네덜란드 TTF 10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0.82%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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