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음대로 못 줄이는 의무지출, 2060년엔 비중 80% 육박할 수도
정책 의지 발휘할 수 있는 재정 여력 계속 빠듯해져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4대 공적연금처럼 법적 지급 의무가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내년부터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정부가 성장률 제고나 인구 증가를 위해 특별한 정책 대응을 하지 않아 '최악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의무지출 비중은 2060년 8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쉽게 못 줄이는 의무지출 늘고 '재정여력' 재량지출 줄어든다
12일 기획재정부의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총지출 639조원 중 53.5%(341조8천억원)는 의무지출이다.
의무지출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예산 중 의무지출 비중이 커질수록 정부가 정책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쪼그라들게 된다. 재량지출 중에서도 쉽게 줄일 수 없는 국방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재량지출을 제외하면 사실상의 '재정 여력'은 더욱 빠듯해질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의무지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재량지출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7.5%지만, 재량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1.5%일 것으로 전망된다.
◇ 예산 중 의무지출 비중, 내년 53.5%…'최악' 땐 2060년 78.8%
예산 중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을 나눠 집계한 2012년 이후 올해까지 2018년(50.6%), 2019년(51.0%)을 제외하고는 의무지출 비중이 계속 5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내년 53.5%를 시작으로 2024년 54.0%, 2025년 54.7%, 2026년 55.6%로 의무지출 비중이 매년 늘어나고 그만큼 재량지출 비중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최악 시나리오' 땐 2060년 의무지출 비중이 80%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 대응이 없어 현재의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 추세가 유지되는 경우 2060년 총지출은 1천648조원, 이 중 의무지출은 78.8%(1천297조9천억원)에 달하게 된다는 추산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률 하락세가 완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75.1%, 출산율 제고로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는 시나리오에서는 76.8%로 2060년 의무지출 비중이 각각 추계됐다.
◇ 내년 의무지출 중 90%는 연금 등 복지지출과 교부금
내년 의무지출 341조8천억원 중 대부분(91.1%)을 차지하는 것은 복지분야 법정지출과 교부세·교부금 등 지방이전재원이다.
복지분야 법정지출은 154조6천억원으로 의무지출의 45.2%다.
국민연금(36조2천억원)·공무원연금(22조7천억원)·사학연금(4조9천억원)·군인연금(3조8천억원) 등 4대 연금 지출이 67조7천억원으로 가장 많다.
구직급여(11조2천억원) 등 고용·노동부문 지출이 22조1천억원, 기초연금(18조5천억원) 등 노인 부문 지출이 20조8천억원이다.
생계급여를 비롯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출은 17조9천억원, 건강보험 지출은 12조원이다.
지방이전재원은 156조9천억원으로 의무지출의 45.9%다.
지방교부세가 75조3천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7조3천억원이다.
복지 수요와 국세가 늘면서 복지분야 법정지출과 지방이전재원은 앞으로도 의무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는 지방이전재원이 복지분야 법정지출보다 많지만, 2024년부터는 복지분야 법정지출이 지방이전재원을 추월하게 된다.
이외 의무지출에는 나랏빚에 따른 이자지출이 있는데 국가채무 규모 증가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내년 22조9천억원에서 매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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