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까지도 "2024년에야 금리 인상" 단언…야당 "국민 속였다"며 사퇴 압박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중앙은행(RBA)이 넉 달 연속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자 필립 로우 RBA 총재가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도 "2024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그의 발언을 지적하며 국민을 속였다는 야당의 질타가 있어서다.
8일 호주 현지 뉴스닷컴 등에 따르면 닉 맥킴 녹생당 상원의원은 지난 6일 RBA가 또다시 금리를 0.5%포인트 올리자 트위터를 통해 "로우 총재는 2024년까지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수십만 명의 호주인을 모기지 대출로 유도했다"라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는 사임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2016년 9월에 취임한 로우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맷 카나반 국민당 상원의원도 호주 TV 프로그램 '투데이쇼'에 출연해 "로우 총재는 2024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다섯 번이나 어겼다"라며 "RBA가 실패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로우 총재는 2024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며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해왔다. 당시 호주 기준금리는 0.1%였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전 세계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서 RBA가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으로 시장 금리도 오르기 시작하자 "충분한 임금 상승 없이는 2024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3%대에 도달하기 어렵다. 2024년까지 현행 금리를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금융시장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로우 총재의 발언 이후 반년만인 지난 5월, RBA는 기준금리를 0.1%에서 0.35%로 올렸으며, 지금은 2.35%까지 인상한 상태다. 그의 예상과 달리 호주의 임금 상승률은 연 2.1%에 불과하지만, 물가상승률은 6%를 넘어섰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7%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준금리도 3.8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처럼 RBA가 완전히 잘못된 예측을 한 것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로우 총재의 말을 믿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호주 금융정보회사 레이트 시티에 따르면 금리 인상 전 50만 호주달러(약 4억6천만원)를 25년간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현재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액은 대출 당시보다 월 614호주달러(약 57만원) 늘어났다.
금융시장의 전망대로 금리가 지금보다 1.5%포인트 더 오른다면 이자 상환액은 금리 상승 이전보다 1천 호주달러(약 93만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호주 정부도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비판에도 호주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이유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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