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정책은 경직된 제도 아냐…이익을 위해 조정 거듭하는 것"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연방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것을 두고 자국 내에서 중립국 원칙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직접 해명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정부에 따르면 연방 각료들의 회의체인 연방 평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스위스의 중립성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연방 평의회는 "러시아 제재 등 우리가 내린 결정은 스위스의 중립국 정책과 양립할 수 있다"면서 "중립국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 대륙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안에 대응할 충분한 여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위스의 중립은 분명히 경직된 제도가 아니었으며 우리의 이익을 위해 조정을 거듭해 왔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 같은 입장은 1993년 스위스 연방정부가 채택한 '중립성 백서'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연방 평의회는 부연했다.
스위스 연방 의회의 중립성 백서에는 '평화를 깨거나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대해 국제사회가 부과하는 집단적 제재, 특히 유엔이 부과한 제재에 참여하는 것은 중립성과 양립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스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후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여 시행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산 금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자산을 동결하는 EU의 추가 제재에도 동참했다.
이를 두고 스위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추가 제재가 채택될 당시 스위스국민당(SVP)의 안드레아 좀머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통신사 리아 노보스티에 "추가 제재 시행은 국가의 중립성을 해치며 헌법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반(反) 이주민 정책을 앞세운 우파 정당인 SVP는 2019년 총선에서 26.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다수당이다.이 정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토마스 아이쉬 의원도 지난 6월 의회에서 "제재 동참이 러시아의 진로를 바꾸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으며 스위스의 경제적 이익만 손상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치권은 자국 여론 지형의 변화도 고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 6월 공공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스위스에서 '친 나토 지지 여론'이 52%를 기록하며 처음 절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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