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딸'로 주장하며 요구…고용주는 "노동계약 미비" 난색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에 사는 한 직장인 여성이 아픈 반려견을 '딸'로 인정해 병가를 허락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라린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살타주에 거주하는 실비나 콜레티씨는 지난달부터 고용주인 아르헨티나 국립농업기술원(INTA)를 상대로 반려견을 '딸'로 인정해 병가를 하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NTA에서 농업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콜레티씨의 9살 된 반려견 다르마는 현재 만성신장 질환, 췌장염, 담석증, 복부 혈전으로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미혼인 콜레티 씨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반려견 다르마와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다면서 "다르마는 살타주에 있는 나의 유일한 가족이자 정서적 지지자이며 진정한 딸이다. 내가 그를 필요로 하는 만큼 그도 나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이 집에서 25㎞ 떨어져 있는 그는 동물병원에 다르마를 입원시키고 매일 찾아갔으나, 다르마의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지고 식욕부진으로 위중한 상태가 되자, 법적 자문까지 받아서 직장에 공식적으로 병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직장 상사는 단체노동계약서에 명시된 부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아르헨티나 노동법은 배우자, 부모, 자녀를 돌보기 위해 최대 30일간 무급 병가를 신청할 수 있으나, 반려동물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알레한드로 힐-도밍게스 헌법학자는 지난 7일 출연한 방송에서 "아르헨티나 법은 이미 인간이 아닌 동물을 지각이 있는 존재로, 인간이 아닌 인격체로 법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콜레티씨의 주장은 법적 도움으로 목적 성취가 가능하다고 가세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르헨티나에선 반려동물을 비인간 혈연관계로 인정해서 병가를 허락해야 하는지를 놓고 윤리적 논쟁이 번지고 있다.
한편,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다라는 속담이 전세계에서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으로 아르헨티나가 꼽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개 산책을 전문적으로 해주고 돈을 받는 개 산책가(paseador de perros)라는 이색직업이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반려견 사랑이 유별나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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