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 범죄 아닌 공권력의 적절한 사용"…유엔인권위서 논의 예정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마약과의 전쟁' 조사 재개 방침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ICC가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이 사안은 반인류 범죄가 아니며 국가의 공권력이 적절하게 사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 발표는 ICC가 조사 재개와 관련해 이날까지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ICC는 지난해 9월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가 같은해 11월 10일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중이라면서 유예를 신청해 조사가 연기됐다.
이후 지난 6월말 카림 칸 ICC 검사장이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사 재개를 추진하자 ICC는 필리핀 정부에 입장을 밝혀달라고 통보했다.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도 ICC의 개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기자들과 만나 "ICC에 회원국으로 재가입할 계획이 없다"면서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숨졌다.
인권 단체들은 경찰이 마구잡이로 처형을 자행했다고 비난해온 반면 경찰은 무장한 용의자들을 상대로 무력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맞서왔다.
필리핀은 ICC 검사실이 지난 2018년 2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그러나 ICC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이었던 기간에 범죄가 발생했고 해당 국가의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정부의 조사 의지가 없을 경우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후에도 마약 범죄와 관련한 초법적 처형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다음주 시작되는 회기에서 필리핀 인권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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