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클래식, 7월 초 대비 150%↑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큰 가상화폐 이더리움(ETH)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전환하는 '머지'(Merge) 업그레이드 완료를 앞두고 시장의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가 시장의 기대대로 이달 중순 성공적으로 끝나면 향후 예정된 개선 작업도 탄력을 받아 이더리움과 관련 가상화폐 가격을 지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미국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직전인 7월 초 대비 60%가량 올랐다.
과거 이더리움과 갈라져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축(하드포크)한 이더리움클래식(ETC)의 상승 곡선은 더 가파르다.
이더리움클래식의 지난 7월 초 대비 상승률은 약 150%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등에서는 이더리움클래식이 '대장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까지 제치고 최근 거래량 1위에 계속 머무르며 독주 중이다.
업비트에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 가격은 전날 오후 5시 30분 기준 각각 235만원대, 5만3천원대를 오르내리며 7월 초 대비 위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클래식의 급등은 이더리움의 블록 보상 방식을 작업증명(Proof of Wokr·PoW)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으로 바꾸는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반작용 결과로 풀이된다.
32개 이더리움 스테이킹(코인 예치)에 참여한 투자자는 자동으로 네트워크 검증자가 되어 보상받는 방식으로 이제 바뀌는데, 이 경우 지금까지 수십∼수백 개 컴퓨터를 가동해 연산 작업을 하고 보상받았던 기존 채굴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때 채굴자들이 주목한 대체 코인이 PoW 방식의 이더리움클래식이다. 이더리움 채굴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며 보상받을 수 있어서다.
채굴자들이 몰리면 채굴 난도가 높아져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커지는데, 이런 기대감이 이더리움클래식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중이다.
현 이더리움을 하드포크해 PoW 방식의 코인 'ETHW'(가칭)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점은 이더리움클래식 독주에 제동 거는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이더리움 채굴자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측면에서라도 하드포크가 진행될 수 있다. 만약 PoW 하드포크용 소프트웨어가 나온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하드포크가 성공하더라도 투자자들은 갓 탄생하는 ETHW보다 일단은 이더리움클래식을 더 신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선 빗썸 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두 코인에 대한 채굴자 수요가 갈라질 수는 있겠지만, 하드포크될 이더리움은 신생이고 검증이 부족하기에 이더리움클래식에 대한 신뢰까지 넘어설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 역시 지난 7월 말 "PoW 방식을 선호한다면 이더리움클래식으로의 이동(migration)을 고려해야 한다. 훌륭한 체인"이라며 옹호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과 관련 가상화폐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번 업그레이드가 성공하면 TPS(초당 거래 처리 건수)를 늘리고 네트워크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해 향후 예정된 '서지'(Surge), '버지'(Verge), '퍼지'(Purge) 등 업그레이드도 탄력을 받게 된다.
또 머지 업그레이드가 이미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재의 가격에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선 센터장은 "해외 선물거래소의 추이를 보면 9월 말 이더리움 가격이 2천∼3천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머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지 않아 지켜보자는 심리 때문에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석문 센터장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기존에 묶여있던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이는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라면서 다만 "물량이 풀리는 시기는 6∼12개월 후가 될 것이고, 이때도 조금씩만 물량을 매도할 수 있게 설계돼 있어서 일정 기간 후 매도세가 안정되면 가격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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