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경제 약화·나토 자극 등 이례적 작심비판
바로 수사기관에 소환…일부 풀려났으나 처벌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러시아에서 일부 선출직 공무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스몰닌스코예 구의회 의원들은 이달 7일 푸틴 대통령이 전쟁으로 국가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반역죄를 저질렀다며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에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 때문에 ▲대규모 사망자가 나왔고 ▲ 셀 수 없이 많은 러시아 남성이 상이군인이 됐으며 ▲ 국가 경제가 약화하고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쪽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했다는 비판이 담겼다.
이들이 말하는 특별군사작전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나치 세력으로부터 해방한다며 붙인 군사행동의 공식 명칭이다.
스몰닌스코예 구의원들은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 개시 결정은 러시아 안보와 국민에 해롭다"며 "러시아 연방 대통령(푸틴)을 공직에서 파면할 반역 혐의 사건을 시작할 것을 하원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WP는 이번 결의안이 실제 탄핵 추진으로 이어질 리가 없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대를 드러내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목했다.
결의안을 작성한 의원 중 한 명인 니키타 유페레프 의원은 WP 인터뷰에서 "푸틴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을 것이고 이 작전을 중단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요청은 러시아에 남아있는 사람, 선동이 표적으로 삼아 소수(전쟁 반대자)라고 느끼도록 하려는 사람,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이 공개된 지 하루만인 8일 스몰닌스코예 구의원 4명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혐의로 현지 경찰에 소환됐으나 현재 2명은 풀려났다.
WP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아무 혐의가 적용되지 않겠지만 비판에 가세한 의원들은 일단 최소한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엄중히 단속했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침공 시작된 이후 러시아에서 반전운동으로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은 1만6천437명에 달한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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