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거액 이상 해외송금 신속 대응…검찰과 공조 강화
서민금융 지원 압박 논란 속 예대금리차 공시 등 성과 도출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오는 1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검찰 출신답게 불법 및 불공정 행위 적발과 시정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서울북부지검 부장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다.
금감원 역사상 첫 검찰 출신 원장인데다 내정 소식이 전해진 6월 7일에 일사천리로 임명 및 취임식까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은 사법시험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으며 검사 시절 경제 범죄 수사에서 능력을 보여 취임 후 금융권의 불법 및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예고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며 불공정 거래 근절이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금융 시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척결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보여주듯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사고와 8조5천억원이 넘는 이상 해외 송금 등 금융 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이들 사고를 접수한 뒤 바로 검사에 착수했으며 이례적으로 검사 중간에 언론 브리핑을 통해 문제 현황을 공개해 금융사가 자체 점검을 통해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아울러 검찰, 관세청 등과 공조를 통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쌍용차 매각과 관련해 '먹튀' 논란이 있었던 에디슨모터스 등 불공정거래 혐의 세력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사건으로 이첩하는 등 검찰과 공조를 통한 시장 질서 확립 노력도 주목을 받았다.
공매도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고, 공매도 조사팀을 신설하는 등 공매도 감독 및 조사 강화를 통해 주식 시장 신뢰 확보도 시도했다.
또한, 자산운영사 경영진의 차명 투자 의혹 등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강화해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이 원장은 취임 초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자 장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 서민금융지원을 강조해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의지 속에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도입되고 금리 인하 요구권 운영 실적이 공시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과도한 대출 금리 책정 자제를 유도하는 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 원장이 금융사들에 고금리 대출 장사를 경고하는 등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도록 압박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상승 등 대외 악재 속에서 큰 잡음 없이 금융사들이 공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 점은 평가받을만하다"고 말했다.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신용카드 리볼빙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카드 이용자 보호 및 카드사 간 경쟁을 통한 자율적인 수수료 인하도 시도했다.
20여회에 달하는 금융권 및 유관기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고 금감원 직원들의 자율 복장을 확대하는 등 창의적인 조직 문화 확산도 호응을 얻었다.
이런 성과에도 일각에서는 금감원 본연의 감독 기능보다는 금융권 부패 척결을 위한 검찰 등 사정기관과 협력에 무게가 실리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력한 불법 및 불공정 행위 척결이 오히려 금융사와 금융시장을 위축시켜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취임 후 불법 및 불공정 행위를 하면 큰일 난다는 점을 금융사들에 충분히 각인시켰다"면서 "이제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꼼꼼히 점검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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