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현장 방문…"잠정 피해액 300억달러 넘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큰 수해가 난 파키스탄의 남부 카라치를 방문해 "많은 인도주의적 재난을 봤지만 이런 규모의 기후 참사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또 "오늘은 파키스탄이지만 내일은 당신의 나라가 피해국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은 글로벌 위기이며 세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 위기와 관련해 잘사는 나라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이 오늘날 온실가스 80%를 배출한다면서 "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이 이런 재난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부유한 나라가 도와줘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1959년 이래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파키스탄의 비중은 0.4%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다.
아흐산 이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도 지난달 말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은 세계 최소 수준"이라며 국제 사회는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9일 파키스탄에 도착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잠정 집계한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규모가 300억달러(약 41조6천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21년 파키스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9% 규모다.
이는 앞서 파키스탄 정부 위원회가 밝힌 홍수 관련 경제 피해 규모 125억달러(약 17조3천억원)보다 훨씬 큰 것이다.
유엔은 파키스탄에 1억6천만달러(약 2천2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미국, 튀르키예(터키), 중국, 한국 등도 구호 물품과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파키스탄은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계절성 몬순 우기로 큰 홍수가 났다. 해마다 몬순 우기 때면 큰 피해가 생기곤 했지만, 올해는 국가적 재앙 수준으로 치달았다.
7∼8월 두 달 동안 파키스탄에서는 예년 평균보다 190% 많은 391㎜의 비가 내렸다. 홍수 피해가 집중된 남부 신드주의 경우 올해 강수량은 예년보다 466%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으며 인구의 약 15%인 3천300만명이 수해를 입었다고 파키스탄 당국은 파악했다.
우기 동안 누적 사망자 수는 이날까지 1천396명이며 전국적으로 가옥 174만채가 부서졌고 66만명이 임시 구호 시설에 머물고 있다.
현지 폭우는 지난 며칠간 잦아들었지만 이미 내린 비와 빙하 녹은 물 등이 더해지면서 곳곳은 여전히 침수된 상태다.
당국은 물이 빠진 후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의 창궐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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