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준비로 바쁜 시기에 수백건의 비슷한 요청…"정부에 대한 도스 공격"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전국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정보를 무더기로 요청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11월 중간선거 준비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20여개 주(州)와 카운티 선관위 직원들이 최근 전례 없이 많은 양의 정보공개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선관위가 투표소 선정, 부재자 투표 용지 발송 등 중간선거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에 수백 건의 비슷한 정보공개 요청이 빗발쳐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것이다.
일례로 위스콘신주 선관위는 34종의 문서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단 하루 만에 수백건의 요청을 접수했다.
켄터키주에서는 선관위 직원들도 모르는 문서를 달라고 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명확히 알려달라고 했으나 요청자 자신들도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선관위 직원들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하지만 누군가가 선거 업무를 방해하려고 제도를 악용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WP에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실제 정보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 준비에 혼란을 일으켜 미국 선거제도의 신뢰성을 공격할 빌미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선 패배 이후 선관위 직원들을 협박·공격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수백명의 직원이 그만두기도 했다.
이번에 접수된 다수 정보공개 요청에는 선관위와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보공개를 요청한 이들 다수는 마이크 린델 마이필로 최고경영자 등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인사들의 호소를 따랐다고 WP에 전했다.
린델은 지난달 중순 지지자들에게 전국 모든 선관위 사무소에 개표기가 스캔한 투표 결과를 엑셀 파일 형태 등으로 정리한 '투표 기록'(cast vote record)을 요청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크카운티에서 정보공개를 요청한 캐럴 스노우는 "숨길 것이 없다면 숨길 이유도 없다"며 "투명하지 않은 선관위가 전자투표제도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린델은 선거 업무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린델은 "나라를 구하려고 요청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일하기 싫다고? 그들은 일하라고 월급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여러 지역에서 이미 선거 결과를 재검증하고 대선 결과를 의심하는 이들이 개표 결과를 직접 수기로 검증하는데 필요한 자료까지 공개한 상황에서 업무 방해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콜로라도주 카운티 서기 협회를 이끄는 맷 크레인은 "지역 정부에 대한 도스(DoS·Denial of Service) 공격이라 할 수밖에 없다"며 "린델이 투표 기록을 원한다면 직접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을 부추겼으며 이렇게 하면 일손이 부족하고 이미 업무가 많은 중소 선관위 사무소가 마비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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