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아동수 1993년 1천940만→840만 명…모든 인종그룹서 동일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빈곤아동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아동복지 분야의 비영리단체인 '차일드 트렌즈'와 공동으로 연방 인구조사국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빈곤아동이 1993년 이후 59%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1993년 당시 미국 내 전체 아동의 28%인 1천940만 명의 아동이 기본적인 생활 필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빈곤 상태로 규정됐다.
그러나 26년 후인 2019년에는 빈곤 상태로 규정할 수 있는 아동은 미국 내 전체 아동의 11%인 840만 명으로 급감했다.
빈곤아동의 급감 현상은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미국 내 모든 인종 그룹에서 확인됐다.
또한 편부모 가정과 이민자 가정 등 다양한 조건의 가정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빈곤아동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개선이라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1990년대 들어 미국 연방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큰 폭으로 수정했다.
1993년에는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근로장려금을 대폭 확충했고, 1996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저소득층에 조건 없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당시 현금 지원 제한은 빈곤층을 늘릴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빈곤아동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1993년 당시 사회보장제도가 빈곤아동을 9% 감소시키는 효과를 낸 데 비해 2019년의 사회보장제도는 빈곤아동을 44%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근로장려금과 저소득층 식비·주거지원 등 현재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다면 빈곤아동의 수가 650만 명 이상 많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중 근로장려금 제도는 빈곤아동의 수를 22% 감소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NYT는 웨스트버지니아주(州)에서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세 자녀를 키우는 스테이시 탤먼의 사례를 소개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던 탤먼은 지난해 10대 아들의 교통사고 이후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둔 이후 수입이 빈곤선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근로장려금 8천 달러(약 1천100만 원)와 6천500달러(약 900만 원) 상당의 식비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
탤먼은 "만약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보장제도 외에도 실업률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 등도 빈곤아동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2019년의 실업률은 1993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조건 없는 현금지원을 제한한 만큼 취업 전선에 뛰어든 부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키우는 독신 여성의 취업률은 1990년대에는 69%였지만, 2019년에는 79%로 늘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렉터 연구원은 "더는 사회복지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메시지"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부모가 직업을 통해 소득을 늘린 것이 빈곤아동 감소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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