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시위서 전통의상 패션쇼…법원 "의도적으로 왕비 흉내"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에서 왕비를 연상케 하는 전통 의상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가 왕실모독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13일 방콕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방콕남부형사법원은 전날 자뚜뽄 새오응(23)에게 징역 2년형과 벌금 1천밧(3만8천원)을 선고했다.
자뚜뽄은 왕비와 비슷한 전통의상을 입고 의도적으로 흉내를 내며 조롱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0년 10월 방콕 실롬 거리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 당시 시위에서는 패션쇼 형식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자뚜뽄은 분홍색 전통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를 걸었고, 다른 시위 참가자들은 왕실을 대하는 전통적인 방식처럼 주변 바닥에 앉아있었다.
이 퍼포먼스는 2019년 대관식 직전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과 결혼한 현 수티다 왕비 흉내를 낸 것으로 해석됐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4번째 결혼 상대인 수티다 왕비는 타이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2014년부터 왕실 근위대에서 근무했다.
법원에도 태국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온 자뚜뽄은 "전통의상을 입은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에서는 왕실의 권위가 높고 왕실 모독에 대한 처벌도 강하다. 왕실모독죄는 왕실 구성원이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한다.
태국 사회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는 금기시됐지만, 2020년 반정부 시위대는 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야당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군주제 개혁과 왕실모독죄 폐지 요구가 나왔다.
태국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군주제 개혁 관련 시위에서 왕실모독죄 혐의를 받은 사람은 21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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